[일본 교과서 개악 파문] 시민단체 “지원 아끼지 않았는데… 괘씸”

입력 2011-03-30 18:44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는 30일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시민단체들은 모처럼 조성된 우호 분위기를 깨버린 처사라며 지탄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모금을 진행한 단체들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역사 왜곡 교과서는 일본 학생에게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주고 아시아 평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라며 “한국은 일본의 아픔을 달래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일본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진 피해자를 위해 성금까지 모았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느낀 배신감은 더욱 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일본이 불신과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괘씸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독도수호전국연대도 같은 장소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지진 발생 후 인도적 지원을 하며 가까워진 양국관계가 급랭할 것”이라며 “주한 일본대사를 강제 추방하는 강력한 조

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원단체도 한목소리로 일본을 성토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본 돕기에 나서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일본 정부가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국수주의를 드러냈다”며 “최근 일본 국민을 도우려는 과정에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네티즌도 크게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방사능 유출로 전 세계에 공포감을 심어주며 민폐를 끼친 일본이 독도까지 내놓으라고 한다”며 “모금활동을 했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나 소록도 한센인까지 일본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섰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교과서 왜곡은 일본 극우세력이 진행한 것인 만큼 지진 피해로 고통 받는 일본 시민을 위한 성금 모금은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진 피해 성금을 모았던 단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은 계속하겠지만 교과서 문제 이후 항의전화를 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시민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도 “순수한 마음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시는 분의 의미가 교과서 문제로 퇴색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