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부산지역 “당장 불복종운동 나설 것… 김해공항의 이전 독자 추진”

입력 2011-03-30 18:32

정부가 30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자 부산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고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등은 김해국제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독자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박인호 공동회장은 “정부가 평가단을 불과 1시간 정도 밀양과 가덕도를 둘러보게 한 뒤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것은 지역 주민들을 우롱한 행위”라며 “시민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31일부터 부산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불복종 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백지화에 가장 허탈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이다. 수십년간 소음과 재산 피해의 고통을 참으면서 신공항 건설에 큰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소음피해대책위원회 백남규 위원장은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은 정부의 신공항 건설 약속에 따라 2008년 공항 운영 시간을 2시간 연장시키는 데 동의했다”며 “결국 정부가 주민들에게 사기를 쳤다”고 비난했다. 백 위원장은 김해공항 인근 1만여 가구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도달한 만큼 김해공항 이전 운동을 벌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부산시민협의회 김영주 사무처장은 “그동안 김해공항 이전·확장에 기대를 걸고 소음과 재산 피해를 감수해 왔다”며 “이제 모든 것이 백지화된 만큼 소음 및 재산 피해 보상을 위한 범시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등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발표는 안전과 소음, 시설부족 문제 해결은 물론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제대로 된 국제공항 건설을 바라는 부산시민들의 염원을 외면한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안전과 소음 등 김해공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는 가덕도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추진된 것은 한계에 다다른 김해공항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해 24시간 안전한 공항이 되도록 하는 데 민자와 외자 유치 등 상공계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