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도 분노 폭발

입력 2011-03-30 21:44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은 30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밀양 유치를 위해 뛰었던 대구 지역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유승민 의원과 이해봉 박종근 이한구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지화는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라며 “대통령은 국토 남부권 발전을 가로막고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사과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견문에 ‘대통령의 탈당 요구’라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문제로 논란을 벌였으나 홍사덕 주호영 의원이 반대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또 입지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와 관련해서도 절차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토연구원의 비용 대비 편익비율(B/C)과 입지평가위의 점수를 비율로 환산한 차이가 0.001에 불과하다”며 짜맞추기 의혹을 제기한 뒤 “그동안 전문 용역 결과와 추진 경위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향후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약으로 재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구 지역 의원 11명 중 박근혜 전 대표만 회견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별도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친이계 일각에는 청와대가 발표 전 박 전 대표에게 백지화 사실을 통보했다는 얘기도 있다.

경남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입지평가위의 발표는 백지화 방침에 따라 각본대로 발표한 느낌을 받는다”며 “경제적으로 필요하고 타당한 국책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폐기한 백지화 결정은 머지않아 정치적으로도 실패하는 잘못된 판단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가덕도 입지를 주장해 왔던 부산 지역 의원들은 별도로 부산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것은 부산시민이나 부산 정치권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서병수 최고위원 등 부산 지역 의원 10명이 참석했다. 현기환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의 공약이 헌신짝처럼 버려진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책임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라며 “당장 주무부처 장관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해공항 이전 및 확장 문제를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이 독자적으로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

당 지도부와 중진들은 격앙된 영남권 의원들을 다독이고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한 정부의 고뇌어린 결론이 자기 주장과 맞지 않더라도 힘들지만 수용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우리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이며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정부는 사과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향후 지역 균형 발전의 큰 그림을 정부가 발표하고, 부산 대구 등 각 지역의 발전과 관련해 지역민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