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마 고민 한나라 ‘정운찬 카드’ 다시 만지작

입력 2011-03-30 21:32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전략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특히 손 대표의 출사표로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을 심판하는 ‘미니 총선’ 성격으로 판이 커지자 그동안 ‘손학규 대항마’로 거론돼온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카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손 대표 출마 의사가 30일 오전 알려지자 안상수 대표 등은 최고위원·중진의원 회의 직후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정 위원장을 포함한 여론조사, 현지실사 결과 등 데이터를 분석하는 중”이라며 “당의 고민이 깊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도부의 신중한 입장과 달리 그동안 정 위원장 영입을 강하게 주장했던 여권 핵심부는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29일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신정아씨의 말과 정 전 총리의 말을 놓고 ‘누구 말을 믿느냐’고 하면 ‘정 전 총리를 믿는다’고 말해야지”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핵심 당직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씨 주장의 허구성을 알리면 정 전 총리 동정론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운찬 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나 실제 공천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전략공천을 결정할 수 있는 당 지도부 중에서 나경원 정두언 서병수 최고위원 등 상당수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공심위원 자격으로 분당을 현지실사를 다녀온 정미경 의원은 “손 대표가 나오는 것을 전제로 실사를 했다”며 “‘낙하산’은 안 된다는 게 지역 민심으로 정운찬 카드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예비후보인 강재섭 전 대표도 여권 일각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반발했다. 강 전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위원장도 좋고 대한민국 누구도 좋으니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경쟁력 있는지 조사해 달라”며 여론조사 경선을 촉구했다. 강 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전문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손 대표보다 40%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강 전 대표보다는 좀 유리하다. 강 전 대표에 대한 분당을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5일로 예정된 당 공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까지 분당을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