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 “반군·알카에다 연계 우려”… 美, 무기지원 고민

입력 2011-03-31 00:33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다국적군의 리비아 반정부 세력 지원에 걸림돌로 등장했다. 다국적군이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 무기를 지원하고 싶어도 무기가 알카에다로 흘러들어갈까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군과 알카에다 연계 가능성=오바마 행정부가 반정부 세력 무기 지원 문제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가 모두 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기 지원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정부 세력과 알카에다의 연계 가능성 때문이다. 1990년대 이슬람 저항운동의 중심지였던 리비아 동부에서 결집한 반정부 세력 중에 어느 정도가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지 분명치 않은 상태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나토군 사령관은 29일 상원에서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 대해 “알카에다와 헤즈볼라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언뜻언뜻 보였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브루스 리델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군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리비아 동부로 돌아왔다며 “그들이 반정부 세력의 2%인지, 20%인지, 아니면 80%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정부 세력에 제공된 무기가 전쟁이 끝난 후 어떻게 사용될 것이냐 하는 것도 미국 측의 큰 고민거리다. 미국은 과거에도 앙골라와 니카라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반군의 무장을 도왔다가 역효과를 낸 경험이 있다.

◇알카에다 “중동 ‘변혁의 쓰나미’ 환영”=알카에다는 최근의 중동·북아프리카 상황을 반기고 있다. 예멘 시위대나 리비아 반정부 세력처럼 구심체가 없는 느슨한 집단엔 알카에다가 침투하기 쉽기 때문이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는 아랍권을 휩쓸고 있는 민중봉기의 물결을 ‘변혁의 쓰나미’로 규정하고 환영했다고 이슬람권 웹사이트 감시단체 SITE가 30일 전했다.

AQAP의 온라인 영자 잡지인 ‘인스파이어’ 최근호는 ‘변혁의 쓰나미’라는 제하의 표지기사를 통해 혁명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AQAP의 핵심 지도자인 예멘계 미국인 안와르 알올라키는 이 기사에서 “독재자를 제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두려움이 혁명으로 부서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알올라키는 “앞으로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우리가 알 필요도 없다”며 “그 결과가 반드시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인 이슬람 정부 수립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