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심한 선심공약의 결말, 신공항 백지화
입력 2011-03-30 18:04
정부가 30일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위원회의 타당성 조사 결과와 평가위와 별도로 구성된 전문가그룹 평가단의 평가를 근거로 삼아 후보지로 거론돼온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를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영남권 표를 얻어내기 위해 내세웠던 공약(公約)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전락한 것이다. 아무리 공약이라 하더라도 투자비용 대비 편익효과가 낮으면 폐기하는 것이 옳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약속만 앞세워 추진한다면 국민의 혈세 낭비는 누가 막을 것인가.
하지만 당장 영남권 국회의원을 비롯해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작지 않다. 신공항 구상은 노무현 정부 때 나온 것이나 공약화 한 것은 현 정부이므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충분한 비용편익 분석과 수요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설익은 대선 공약을 내세운 것부터 지탄받아 마땅하다. 입에 발린 약속이 결국 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정부의 늑장대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선 공약 사업에 대한 점검을 했을 터이고 그 과정에서 사업 자체에 문제가 발견됐다면 즉시 국민 앞에 잘못된 공약이었음을 밝히고 사업 백지화 선언과 더불어 해당 지역주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옳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2008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영남권 눈치만 살피면서 이 문제를 지지부진 끌어오는 바람에 해당 후보지 두 곳을 각각 지지해온 지역주민들 간의 대립을 조장했으며 결국 그들에게 깊은 상처만 주고 말았다. 만에 하나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미뤄오다 문제가 불거지자 근거자료를 내세우기 위해 뒤늦게 실시한 것이었다면 그야말로 정부 실격이다.
정치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부분의 영남권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판단하기를 마다하고 해당 지역의 논리에 매몰된 채 정부를 압박하고 지역주민들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표밭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아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세종시, 첨단의료복합단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네 번째로 지역 간 대립을 조장한 대형 국책사업계획이었다. 4대강 사업의 경우는 대운하 여부로 논란이 들끓었을 뿐 지역 간 대립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모두는 대선 공약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국리민복이 아니라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탕발림식 3류 선거 공약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대선 공약에 대형 국책사업을 포함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제 타당성 및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이 나온 만큼 정치권을 비롯해 해당 지역주민들도 감정적인 반발보다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