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규장각의 푸른 병풍
입력 2011-03-30 17:49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는 조선왕실의궤가 다음달 돌아온다. 모두 강화도 외규장각에 있던 책이다. 외규장각이 있으면 내규장각도 있을 터. 바로 창덕궁 두 곳이 현장이다. 처음에는 후원의 주합루 권역에 세웠다가 나중에 정부종합청사격인 궐내각사 안으로 옮겼다.
규장이란 ‘임금의 시문이나 글씨’를 말한다. 규(奎)는 별자리 28수(宿) 가운데 문운(文運)을 주관한다고 해서 임금의 문장에 붙였다. 왕립도서관격인 규장각은 조선조 초기부터 자주 거론되다가 정조 때에 와서야 비로소 직제와 공간을 갖추었다.
후원의 규장각은 명당이다. 부용지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섰다. 1층은 서고, 2층은 열람실이다. 어수문 주변에 대나무로 취병(翠屛)을 두른 것은 최근의 일. 가림막 혹은 울타리를 나타내는 전통조경법이다. 동궐도에 나오는 대로 재현했다는데, 창덕궁의 위도에 비추어 취병의 조릿대 키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손수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