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우골탑 인골탑 자살탑

입력 2011-03-30 17:50

우골탑(牛骨塔). 가난한 농가의 부모가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아 마련한 자식 등록금으로 세워진 대학. 부모가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소 팔고 땅 팔아 자식만은 서울로 유학시키던 시절에 만들어진 말이다. 우골탑이 몇 년 전부터 인골탑(人骨塔)으로 바뀌었다. 비싼 등록금을 대느라 부모 등골이 빠진다는 의미다. 자살탑이라는 말도 생겼다. 생활고와 취업난 때문에 자살하는 대학생이 매년 200∼300명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달에도 학비 문제로 고민하던 대학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간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다. 각 대학 의학계열 등록금이 가장 비싸 이미 100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등록금은 국공립대가 평균 425만원, 사립대가 767만원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1.1%, 2.3% 올랐다. 사립대의 경우 2000년 449만원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진짜 ‘미친 등록금’으로 불릴 만하다.

대학들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등록금을 과도하게 인상한 탓이다.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이 7조원을 넘어섰음에도 대학들은 재정난 타령을 하며 등록금 수입에 목을 걸고 있다. 올해는 정부 압박에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도 여러 곳 나왔지만 3% 이상 인상한 ‘간 큰’ 4년제 대학도 57개교나 됐다. 이 중 모 대학은 신입생 등록금을 5.9% 올려 학생과 대학 간 충돌이 벌어졌고, 전국 20개 기존 약학대 가운데 8곳은 15% 이상 높게 인상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등록금 상한제’(인상률이 직전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를 적용하면 5.15% 이상 올릴 수 없게 돼 있다. 그렇지만 대학들은 이 규정의 맹점을 이용해 편법을 쓰고 있다. 대학 전체 평균 인상률만 상한선에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상한제가 등록금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인상 폭을 법으로 보장해준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요즘 대학가는 매년 되풀이되는 등록금 문제로 또다시 시끄럽다. 현 정부가 대선 당시 약속하고도 집권 이후 말을 바꾼 ‘반값 등록금’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른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이 오는 2일 서울 대학로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를 연다. 한창 학업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데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반값 등록금까지는 아니더라도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와 분할 납부 확대 등 이들의 절박한 요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