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연인들 ‘예쁜 사랑’ 저절로… ‘인도차이나의 유럽’ 태국 사무이 섬

입력 2011-03-30 17:29


태국 사무이 섬에서의 하루는 길고도 짧다. 이른 아침 새소리와 하얀색 꽃잎이 고혹적인 플루메리아의 그윽한 향에 이끌려 커튼을 젖히면 야자수 꼭대기에 걸린 태양이 눈부시다. 옥빛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거나 코끼리를 타고 열대림을 탐험하다보면 어느새 하늘과 바다가 온통 히비스커스 꽃잎처럼 붉게 물든다.

푸껫과 코창에 이어 태국에서 3번째로 큰 섬인 사무이는 ‘태국 속의 유럽’으로 불린다. 동양의 아름다운 휴양지로 소문난 사무이 섬에 배낭여행이나 스쿠버다이빙을 왔다 아예 눌러앉을 정도로 유럽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고급 리조트와 풀빌라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허니무어들에게도 꿈의 허니문 여행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거제도보다 조금 작은 사무이 섬은 안다만해의 푸껫과 달리 태평양을 향한 태국만에 위치하고 있다. 사무이는 섬 중앙에 솟은 635m 높이의 산을 중심으로 30여개의 크고 작은 산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섬 둘레는 눈부시도록 하얀 해변과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감싸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변은 동쪽의 차웽비치로 푸껫의 파통비치에 버금갈 정도로 번화하다. 7㎞에 이르는 해변은 선탠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수심이 얕은 바다는 제트스키나 서핑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기에 좋다. 그림 같은 리조트들을 품고 있는 차웽비치는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해진다. 허니무어를 비롯한 젊은 연인들이 레스토랑이나 밤바다에서 추억 만들기에 열심이다.

차웽비치에서 5㎞ 떨어진 라마이비치는 사무이 섬에서 두 번째로 긴 해변. 4㎞ 길이의 해변을 따라 저렴한 숙소들이 많아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라마이비치의 워킹스트리트는 일종의 난전이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몰려들어 온갖 물건들을 사고파는 떠들썩한 흥정소리에 절로 흥이 난다.

라마이비치 남쪽에는 남녀의 성기 모습을 한 큰 바위가 눈길을 끈다. ‘힌타’는 할아버지 바위로 남자의 성기를, ‘힌야이’는 할머니 바위로 여자의 성기를 닮았다. 이밖에도 사무이 섬에는 어부의 마을로 유명한 보푸트비치, 12m 높이의 황금색 불상이 인상적인 빅부다비치 등 크고 작은 비치들이 섬을 에워싸고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싫증날 때면 태고의 원시림이 보존된 나므앙 사파리 공원을 찾아볼 일이다. 입구에서 지프로 갈아타고 밀림 속을 10분쯤 달리면 80m 높이의 나므앙 제2폭포가 심신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열대림 트레킹의 출발점이기도 한 나므앙 제2폭포는 관광객들의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곳. 늘씬한 미녀들이 폭포수를 배경으로 너럭바위에 누워 모델처럼 포즈를 잡는다. 18m 높이의 제1폭포가 있는 곳은 코끼리 트레킹의 출발점. 코끼리를 타고 초록색 물이 뚝뚝 떨어지는 열대림 속으로 트레킹을 떠나는 재미가 특별하다.

42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앙통 해양국립공원은 아일랜드 호핑투어를 즐기기에 좋다. 사무이 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앙통 해양국립공원까지는 스피드보트로 1시간10분이 걸린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속에 뛰어들자 형형색색의 산호 사이를 유영하는 열대어들이 물 속을 떠다니는 단풍잎처럼 곱다.

앙통 해양국립공원의 중앙에 위치한 메코 섬은 커누 여행의 출발점이자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여행객들이 색색의 커누를 타고 파도에 깎여 밑동이 패인 거대한 석회암 절벽 아래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신기하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석회암 절벽에 둘러싸인 탈라이 나이 라군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폭 200m, 길이 250m 크기의 탈라이 나이 라군은 물 속에 잠긴 석회암 터널을 통해 바다와 연결된 신비의 호수.

사무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낭유안 섬으로 떠나는 소풍. 사무이 섬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30분쯤 달리면 3개의 섬이 세 갈래의 모래톱으로 연결된 낭유안 섬이 반긴다. 삼각해변으로 불리는 이 모래톱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지형으로 해변이 섬의 한쪽 면에 붙어있지 않고 섬과 섬 사이에서 양면을 바다와 접하고 있다. 낭유안 섬의 삼각해변은 산호모래로 에메랄드빛 바다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섬 정상의 바위에 오르면 낭유안 일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스노클링은 낭유안 섬과 이웃한 타오 섬에서 이뤄진다. 타오 섬은 아름다운 해저경치로 인해 태국에서도 손꼽히는 다이빙 포인트. 짙푸른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형형색색의 산호와 조개, 그리고 열대어들로 숨 막히는 비경을 연출한다.

태국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사무이 섬도 씨푸드 등 음식이 푸짐하고 맛있다. 태국 레스토랑에서의 고민은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모를 정도로 메뉴가 많다는 점.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추와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태국 음식은 한국인의 식성에도 잘 맞아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길고도 짧은 사무이 섬에서의 하루는 타이마사지나 오일마사지로 마무리한다. 허니무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마사지 업소는 시설이 깨끗하고 서비스도 좋은 편.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타이마사지와 오일마사지를 받다보면 누구나 사무이 섬의 깊고 푸른 밤에 빠져든다.

사무이 섬(태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