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어장’ 솔로몬 제도에 漁港 짓는다… 대외협력기금 1687만달러 투입
입력 2011-03-30 21:58
정부가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 제도에 우리 돈으로 어항(漁港·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을 짓는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투입해 해외 수산자원 확보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정부가 인구 58만명에 불과한 나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참치 어획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미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식량자원 확보 차원에서 남태평양은 물론 아프리카 등에서 대규모 경제 원조를 무기로 ‘어획 쿼터(연간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양) 전쟁’을 벌이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에 EDCF 자금 1687만 달러를 들여 솔로몬 제도에 어항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지원하는 데 쓰는 원조자금이다. 무상 원조와 달리 이자·원금을 돌려받는다.
솔로몬에 들어설 어항은 길이 160m의 접안시설과 냉동창고를 갖춘다. 별도로 건설비 500만 달러가 들어가는 냉동창고는 우리나라의 11개 민간 업체가 짓는다. 비용은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이들 민간 업체는 1억 달러를 들여 어항의 배후지에 참치 가공공장, 어분공장, 선박수리소, 유류저장소 등도 세울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부지 선정 등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실제 공사는 내년 하반기에 시작, 2014년 하반기쯤 완공할 예정이다.
솔로몬 어항 개발 사업은 민관 공동투자 사업이다. EDCF 사업으로는 처음 도입한 방식이다. 우리 정부가 솔로몬 정부에 EDCF를 주면 솔로몬 정부와 우리 기업이 공동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어항과 냉동창고 운영·관리를 맡는다. 수익금은 EDCF 자금상환 등에 쓰인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어획 쿼터 전쟁’에 가세했다. 남태평양은 대표적 참치 어장이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최근 어획량을 제재하면서 각국 정부에 경제개발 원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데다 어획량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피시플레이션(수산물 가격 급등)에 대응키 위해 참치뿐만 아니라 여러 어종을 대상으로 해외 어장과 어획쿼터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김찬희 조민영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