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교통신] “내가 의인을 찾아 불가리아로 너를 불렀노라”

입력 2011-03-30 18:06


‘오래된 산’이라는 뜻을 가진 불가리아어 스타라 플라니나는 우리나라의 태백산맥을 연상케 하는 산맥으로 발칸 반도의 등줄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땅을 500여년간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정복자들은 터키어로 그 산을 그냥 ‘숲이 우거진 산’이라는 뜻의 발칸(Balkan)이라고 불렀다.

유럽의 변방 발칸 반도를 5세기 동안 다스려온 이교도들에 의해 제일 먼저 알바니아 민족이 회교화되어 발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보스니아에도 지금까지 신음소리를 내게 하는 갈등의 원인인 이슬람의 씨앗이 심겨졌다. 그러나 불가리아 민족은 특이하게도 정교회 신앙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교도들의 집요한 포교 전략에 저항하였고 그 결과로 상당수의 터키계와 알바니아계 무슬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정교회 국가를 유지하게 되었다.

6세기 말 동로마 즉 비잔틴제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유스티아누스 대제의 딸 소피아 공주가 중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위해 제국 내에서 가장 공기 좋고 물 좋은 불가리아 땅에서 요양을 하면서 완치되었다고 하는데 공주를 위하여 지어준 성에 그 이름이 붙어 오늘날의 소피아가 되었다. 솔로몬처럼 지혜를 사모했던 현제(賢帝) 유스티아누스가 남긴 유산 중의 하나가 바로 소피아(Sofia·지혜라는 뜻)인 것이다.

이곳 소피아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선교적 삶을 살고 있는 ‘불가리아의 라면왕’ 박종태 사장 그리고 집시의 대부 김아엘 선교사가 아름다운 동역을 하고 있어서 탐방할 기회를 가져 보았다. 동구권에 드리운 철의 장막이 거두어지자마자 한국인 최초로 불가리아에 진출하여 터를 닦은 박 사장은 라면 사업을 넘어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사업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또 소피아에 음악도로 유학 왔다가 집시들을 양육하여 선교사로 키워내는 사역자로 살고 있는 김 선교사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도 흥미로웠다.

이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터 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선교의 열매가 맺혀지고 있는 것을 보며 얼마나 큰 도전을 받았는지 모른다. 부활의 봄에 바로 이 땅에서 기독실업인회(CBMC)의 제8차 유럽 한인대회가 4월 28일부터 2박3일간 개최된다.

이 대회 준비를 위해 작년부터 치밀한 현지답사와 대회 이후의 비전트립까지 기획하고 일일이 점검하느라 분주한 삶을 살고 있는 두 분의 동역은 비즈니스와 선교의 이상적인 모델로 삼을 만하다. 현지인들에게 존경받는 사업가와 이웃으로 영향력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섬김이로 헌신한 이 특별한 이벤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대회 장소로 선정된 프라베츠(Pravets)는 불가리아어로 ‘의인(義人)’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대회의 주제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의인을 찾으시는 하나님’으로 정했다. 이(利)를 추구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의(義)를 찾으시는 하나님을 말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기독실업인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바로 ‘의인을 찾으시는 하나님’께 삶으로 응답하는 것이기에 의인들의 땅 프라베츠에서 제시될 비전과 도전은 이후의 일터사역에 열매로 나타날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업하기 힘든데 이역만리 불가리아 땅에서 사업을 일구며 선교적 소명에 따라 살고 있는 동역자들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말이 필요 없는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대회 이후에는 마케도니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발칸 지역의 여러 나라를 돌아보는 비전트립도 진행하게 되는데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돌아보는 탐방의 의미 또한 크게 다가오리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의인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도전을 받아들인 이들의 삶이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 자못 기대된다.

서태원(유로코트레이드앤트래블 대표·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