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가난과 복음
입력 2011-03-30 18:31
매일 아침 서울 지하철 회현역에 내려 버스로 환승, 회사에 오곤 합니다. 회현역은 남대문시장 입구이기도 한데 출구엔 항상 김밥 할머니와 떡 파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도 쉬는 날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가래떡을 좋아해 가끔 떡장수 할머니에게 연탄불로 구운 가래떡을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러하여 두 할머니의 ‘일’에 연민하지 않으려 합니다만 마음 가는 것이야 어쩔 수 없습니다.
프런트의 준영엄마 이야기를 접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도 그토록 어려우면서 자식의 친구들을 재우고 먹이며 토닥이는 모습.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아무리 가난하여도 부모 세대처럼 곡기를 입에 넣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은 아닙니다. 선대의 기도와 노력으로 축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복음 즉, 복된 소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눅 4:18)입니다. 여기서 가난이란 경제생활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가난으로 인해 비인간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절대 빈곤으로 인한 정신적, 사회적 소외는 영성마저 지키기 힘들 정도로 가혹합니다.
한창 공부해야 할 고교생 준영 재형 경호. 그들이 가난으로 발목 잡혀 허덕이네요. 준영엄마가 손을 내밀어 보지만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예수도 여우의 굴과, 하늘 나는 새를 예로 들며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는 그렇게 가난한 자와 함께하며 그들을 복음으로 구원하셨습니다.
‘준영이 친구들 마음의 상처를 주께서 치유해 달라’는 준영엄마의 기도가 못내 마음을 울립니다. 저도 자식 키우지만 준영엄마 마음만큼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머리 둘 곳이 없는 재형 경호에게, 쪽방으로 청한 여인에게 축복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