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해진 공교육 구하기 교사 모임, 일대일 결연… 부모같은 따뜻한 돌봄

입력 2011-03-30 17:39


입시 위주 교육으로 황폐해진 공교육 현장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교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대표 정병오)가 학생들과의 일대일 결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결연활동은 주로 교사가 학생에게 밥 사주기, 영화 보여주기, 공부 가르쳐주기다. 3년 전부터는 좋은교사와 협력관계인복지법인 유스투게더와 함께 결연기금을 모아 학생들의 학원비, 급식비, 교재비, 방과후 학습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

복지사도 아닌 교사가 학생들을 돕기 위해 나선 건 10여년 전. IMF 환란으로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이 많아지자 ‘좋은교사’는 가정방문 캠페인을 벌였다. 방문 결과는 충격이었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학생에 대한 자료와 학생의 실제 환경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한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거나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닌데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허덕이는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교사는 2001년부터 일대일 결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처음엔 상담, 공부, 식사를 하다가 차츰 학용품이나 옷까지 사주게 됐다. 2008년부터 모금하기 시작한 결연기금은 교사들이 받는 성과급의 10%를 떼어서 모은 것이다. 이 ‘성과급 10% 캠페인’엔 지난 한 해 124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일대일 결연 캠페인엔 좋은교사 전체 회원 3500명 중 3분의 1인 1200여명의 교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매년 1000여명의 학생이 삭막한 공교육 현장에서도 교사들의 따뜻한 사랑과 돌봄을 경험하고 있다.

좋은교사가 최근 발간한 일대일 결연 수기집에는 공교육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사제간의 감동 스토리가 가득하다. 강원도 양양군 남애초등학교 김수연 교사가 결연한 재훈(가명)이는 엄마와 아빠를 모두 암으로 잃고 할머니와 살고 있다. 김 교사는 재훈이를 만나 밥을 사주고, 인생과 신앙이야기를 들려줬다. 가끔씩 옷가지와 신발을 사 주고 저금도 규칙적으로 하게 했다. 처음엔 말문을 안 열던 재훈이가 이제는 “고맙다”고 고백할 정도로 마음을 열고 있다. 김 교사는 “시골길을 20㎞나 가야 하는 오지 학교여서 전근 신청을 하고 싶지만 재훈이 때문에 차마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며 “이 아이들을 위해 하나님이 저를 이곳에 보내셨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두암중학교 김현주 교사는 예슬이(가명)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예슬이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식당일을 하는 엄마와 두 동생, 이렇게 네 가족이 살고 있다.

김 교사에 따르면 예슬이의 용돈은 가끔씩 받는 1000원이 전부다. 그마저도 엄마나 동생 선물로 대부분 쓴다. 매월 결연기금에서 용돈을 하라고 3만원을 통장에 넣어줬지만 용돈으로 쓰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저금하고 있다. 김 교사는 “내가 예슬이를 도운 것 같지만 실은 내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며 “물질을 더 아끼게 되었고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이 결연운동엔 좋은교사 소속 교사 외에도 일반 교사, 지역교회 교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좋은교사 정병오 대표는 “요즘 교사들은 소명보다는 직업으로서의 교사의식이 강하다”며 “반면 일대일 결연 운동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무한책임의식이 공교육현장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교사의 일대일 결연운동에 참여하려면 교사의 경우 좋은교사 홈페이지(goodteacher.org)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정해 결연신청서를 작성하면 되고, 일반인의 경우에는 유스투게더(imind.kr·043-277-7112)로 문의하면 된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