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인문 (9) “내가 너를 써야겠다” 생생한 주님의 음성

입력 2011-03-30 17:36


“넌 원래 좋은 놈이야. 내가 너를 좀 써야겠다.” 2006년 뇌경색으로 세 번째 쓰러졌을 때, 내 귀에 생생하게 들린 주님의 음성이다. 그때 받은 말씀이 있다.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사 58:11)

아내와 평소 알고 지내던 교회 권사님을 따라 기도모임에 나갔다. 교회에도 열심히 출석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며 울면서 매달렸다. 그런데 나의 이런 불편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기도해도 회복되지 않는 현실에 상심은 더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획사를 운영하는 먼 친척 되는 손녀가 오랜만에 나를 찾아왔다. 기독교 마인드로 디앤지스타를 운영하는 김은경 대표다. 나의 상태도 모른 채 한 영화감독의 부탁을 받고 출연 요청을 하러 온 것이다. 김 대표는 세 번째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치료 중인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할아버지,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어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김 대표의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냥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다. 손녀의 손을 꼭 잡고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하나님이 한번만 더 고쳐주시면, 옛날 군선교 다니던 때보다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싶어. 그런데 지금은 교회를 나갈 수 없어. 나를 데리고 갈 사람이 없어. 가끔 알던 교회 분들을 따라 기도회에 참석하면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너무 부담스러워.”

그러자 손녀는 다음 주일부터 “남편과 함께 교회를 모시고 가겠다”며 나를 데리러 왔다. 또 김 대표가 봉사하는 군선교찬양단과 함께 선교도 다녔다. 매주 토요일 서울 대학로에서 거리공연을 펼치는 데도 동참했다. 다시 신앙의 불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2007년 김 대표와 함께 KBS 기독신우회 예배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수십년 만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께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를 한번에 알아보시며 이내 눈물을 글썽이셨다.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너는 꼭 낳는다. 믿기만 해라.” 그리고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목사님의 품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마치 돌아온 탕자가 아버지의 품에 안긴 것 같았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김 대표가 목사님 비서실로 안수기도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비서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바로 다음날 오전 비서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단다. 기독신우회 모임이 있으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라고…. 그리고 목사님은 나를 잊지 않고 자신의 옆자리에 내 의자를 준비해놓고 기다려주신 것이다.

그날 목사님은 민수기 21장의 말씀을 들려주셨다. “인문아, 놋뱀을 바라보라.” 장대 위에 달린 놋뱀은 바로 예수님을 상징한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바로 그분을 바라보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그런 자는 죄 사함을 받고, 치유함을 받고, 영원한 새 생명을 누리는 축복을 받는다.

지금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성도들 중에 혹여 나처럼 절망에 빠졌거나, 원망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나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또다시 절망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지금도 이 말씀을 꼭 붙잡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이 모습으로 나의 삶을 전하는 것도 기적이기 때문이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