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기총’ 교회 대표기관 입지 흔들

입력 2011-03-29 19:14


길자연 대표회장의 직무가 법원에 의해 정지됨에 따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다음 달로 다가온 부활절 연합예배와 한국찬송가공회 문제 등 현안 처리에 타격을 입게 됐다.

29일 직무정지 소식을 접한 교계 지도자들은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회장은 “불행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법정에서 가릴 게 아니었다”며 “지금으로서는 해결 방안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영훈 한영신대 총장도 “양쪽 모두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게 됐다”며 “임시총회를 통해 대표회장 인준 절차를 거치더라도 그 과정에서 또다시 상처만 남길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김용호 변호사는 향후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인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결정문도 당선 무효가 아닌 정회 이후 속회에 대한 무효를 판단한 것이어서 속회 성격을 띤 임시총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태 한기총 총무는 “길자연 대표회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은 직무만 정지된 상태이지 당선 무효가 아니다”라며 “한기총은 직무대행과 함께 법원 결정에 따라 질서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무는 이어 “한기총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한국교회에 폐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한기총은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다지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회장 직무정지에 따른 공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직무대행이 임시총회 현안과 사무 등을 신속히 처리한다 하더라도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우선 오는 4월 24일로 다가온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를 한기총 대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NCCK와 한기총이 공동으로 준비하는 연합행사로 올해는 NCCK가 주관하고 한기총이 예배 순서자를 정할 차례다. 하지만 지금의 한기총 상황에서 설교자를 포함한 예배 순서자 등을 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이다.

한국찬송가공회의 법인 설립 취소 등 사안 처리도 어렵게 됐다. 한기총 찬송가공회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도 목사)는 한국찬송가공회가 법인화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며 충남도청에 재단법인 취소를 요청할 방침이었다.

‘한기총 사태’로 한국교회 내 자정과 회개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4월 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 자정능력을 점검한다’를 주제로 제18차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한다. 한복협도 다음 달 중 조찬기도회와 발표회를 열고 ‘한국교회 분쟁과 갈등, 해결방안’을 주제로 한기총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한편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인 중 한 명인 이광원 목사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당선무효 소송도 제기했다”며 “금권선거의 증거가 발견된 만큼 당선무효 소송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길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인준되더라도 한기총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