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4개 시·도지사 “잘 부탁합니다” 평가단에 깍듯이 인사

입력 2011-03-29 22:45

“공항 만든다고 사람들 마음만 들뜨게 해놓고, 이제 와서 백지화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서 20년째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67·여)씨는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마저도 이젠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허탈해했다.

29일 낮 12시 명례리 백산.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15공구 전망대에서 영남권 신공항 입지평가단 27명이 현장을 둘러봤다.

불과 4일 전 영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위원들이 방문했을 때 대구·경북·울산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수천명의 인파가 밀양시내 곳곳에 도열해 풍선과 피켓을 들고 환영했던 장면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사무실 앞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박맹우 울산시장, 엄용수 밀양시장 등이 평가단 도착 15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버스로 평가단이 도착하자 이들 4개 시·도지사들이 평가단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방문을 환영합니다”며 깍듯이 인사했지만 평가단은 단체장들과 악수한 뒤 곧바로 설명회장으로 이동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설명회에서 4개 시·도에서 추천한 전문가 3명이 평가단에게 밀양 입지 우수성을 20분간 설명했고 이어 평가단은 질의응답도 없이 도착 1시간 만에 현장을 떠났다. 3시간여 후 평가단은 부산 천가동 새바지마을 전망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에 대한 현지 실사를 위해서다. 역시 비공개였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박사는 가덕도 후보지에 대해 장애물 적어 안전, 24시간 운항 가능, 공사비 저렴, 확장 가능, 신항만과 연계한 복합물류 수송 가능 등 장점을 알리는 데 20분을 모두 쏟아부었다. 평가단은 여전히 무표정했고 기자단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1시간 만에 버스에 올랐다.

새바지마을 입구에서 가덕도 후보지를 홍보하던 남해안시대포럼 이모(56·여)씨는 “만약 신공항이 백지화되면 두 달 전 공개적으로 사퇴를 공언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부산=이영재 윤봉학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