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日 지진 후 지하수 출렁” 재해 위기감 강조

입력 2011-03-29 22:58


南北 백두산 전문가 회담

남북 지진·화산 분야 전문가들이 29일 남측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머리를 맞대고 백두산 화산 활동 문제를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백두산 공동연구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 남측 단장인 유인창 경북대 교수는 브리핑에서 “북측은 다음 달 초 회의를 재개하자고 제의했으며, 우리 측은 빠른 시일 내 답변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유 단장에 따르면 회의에서 남측은 주로 북측 의견을 청취했으며, 백두산 화산 활동과 관련한 사실 확인에 중점을 뒀다. 유 교수는 “백두산의 지질·지온·온천 현황과 북측 탐사자료 존재 여부 등을 집중 질의했다”면서 “북측은 남측이 접근할 수 없었던 훌륭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남측은 또 공동연구에 앞서 사전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료 교환을 제의했다.

북측은 학술토론회, 현지 공동조사 등을 통한 공동연구 방안을 제의했다. 그러나 백두산 화산폭발 징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북측은 회의 시작 전 남측 취재진 앞에서 일본 대지진 여파를 언급했다. 북측 단장인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에서 지진이 있은 다음에 우리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 출렁거리고, 샘물에서 감탕(흙탕물)이 나오는 등의 현상이 많았다”며 “우리 측(북쪽)에 (여파가) 미칠 것 같아 적극적으로 감시한다”고 말했다. 또 3월 말 개성에 눈이 온 것을 언급하며 “기상현상도 잘 모르겠고, 지진 또한 잘 모르는 일”이라며 백두산 화산 협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북측 대표단 일행은 오전 8시38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8시50분쯤 남북출입사무소 1층 입경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는 오전 10시쯤 시작해 오후 3시50분 마무리됐으며, 북측 대표단은 오후 5시쯤 북측으로 넘어갔다. 북측 인원은 총 13명으로 예상보다 많았다. 윤 부소장을 단장으로 장성렵 화산연구소 실장, 주광일 조선지진화산협의회 위원 등 대표단 외에 수행원들과 언론인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백두산을 ‘혁명의 성지’로 선전해 온 북한이 화산 폭발 개연성을 언급하며 남북 회담을 제안한 것은 굳게 닫힌 대화의 문을 두드려보자는 의도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북측이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