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전문가 “압력용기 깨졌거나 핵연료 녹았을 가능성”
입력 2011-03-29 22:52
플루토늄 검출로 본 日 원전 상황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되자 국내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핵연료봉을 담고 있는 압력용기가 손상돼 나온 것”이라며 “이대로 두면 오염이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냉각을 서둘러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최희동 교수는 29일 “플루토늄이 나왔다는 것은 연료봉의 금속피복이 깨진 뒤 연료봉을 싸고 있는 압력용기가 깨졌거나 원자로 내부에서 핵연료 자체가 녹았다는 뜻”이라며 “초기에 수소폭발로 더 이상 폭발은 없겠지만 압력용기 손상이나 노심용해 같은 상황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심각하다”고 말했다.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김무환 교수는 “노심용해가 심각한 것 같다”며 “핵연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압력용기가 손상되면 훨씬 많은 방사성 물질이 격납용기로 유출되기 때문에 격납용기가 손상된 2호기에선 대규모 방사능 누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서균렬 교수도 “플루토늄은 녹는점이 3000도로, 원자로 내 온도도 3000도까지 올라 두께가 15㎝인 용기를 녹이고 뚫고 나온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용기체에 틈이 생긴 것으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플루토늄이 계속 흘러나오고 이것이 지하수나 바다로 유입되는 것이다. 물보다 20배 무겁고 휘발성이 없는 플루토늄은 다른 기체 상태의 방사성 물질처럼 확산되더라도 옅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독성이 강한 물질인 플루토늄이 확산돼 바다로 들어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며 “이미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물속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태평양 지역의 어업활동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플루토늄 확산을 막는 대책으로 “냉각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카이스트 윤종일 교수는 “플루토늄은 휘발성 물질과 흡착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물에 잠기도록 해 가둬놓는 게 최선”이라며 “냉각수를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장순흥 교수도 “압력용기에 구멍이 났다면 빨리 압력용기 바깥에 물을 채워 용기를 보호하고 방사선 누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환 교수는 냉각 외 다른 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압력용기가 손상됐다면 물을 넣어 냉각해도 누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정부경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