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극한의 환경서 극한의 임무… ‘원전 사수대’의 24시

입력 2011-03-29 18:54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복구 작업 중인 직원들이 비스킷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극한의 조건에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보안검사관사무소 요코다 가즈마 소장이 29일 일본 언론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현장 직원들은 하루 두 차례만 식사한다. 아침은 비스킷과 야채 주스를 먹는다. 저녁은 군용 비상식량과 고등어 통조림 등이다. 물은 1인당 하루 1.5ℓ가 제공된다. 물이 부족해 손을 씻을 때는 알코올을 사용한다. 샤워는 꿈도 못 꾼다. 28일 현재 450명이 원전 안에 있다.

잠은 원전 1호기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m 떨어진 긴급대책실에서 잔다. 춥지만 담요는 개인별로 1장씩만 쓴다. 공간이 비좁아 복도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 의자를 붙이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야근자는 밤새 각종 계기의 수치를 지켜본다. 요즘엔 오후 10시 넘어 취침하지만 사태 초반엔 하루 1시간씩만 잤다.

물자가 부족한 이유는 도쿄전력이 피폭을 우려해 헬리콥터 대신 버스로 물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책임자급인 한 직원은 “토막 잠을 자면서 일해 왔다. 비스킷을 씹을 힘도 없다. 차를 마시고 싶다”고 본사에 말했다. 현장 직원 중에는 쓰나미 피해 당사자인 경우도 많다. 후쿠시마 제2원전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본사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부모님도 쓰나미에 휩쓸렸을 게 분명하지만 비상근무로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현장 직원 교체를 위해 거액의 일당이 제시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도쿄전력 협력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 후지타 류타(27)는 일당 40만엔(약 543만원)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제의를 거절했지만 50대 이상은 고액에 끌려 원전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한 41세 남성의 경우 회사의 반강제적 요청에 따라 4월부터 원전에서 근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