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안전한 망명·사면 전제 카다피에 퇴로 열어주나
입력 2011-03-30 00:37
국제사회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출구를 제안하는 등 ‘포스트카다피’ 상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국적군의 공격 범위에 대한 논란도 재연됐다.
◇국제사회 ‘카다피 이후’ 논의=영국 런던에서는 29일(현지시간) 40여개 국가와 단체 대표가 모여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 체제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리비아가 민주주의 체제로 가는 데 필요한 지원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공습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영국·프랑스 관계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장 팽 아프리카연합(AU) 사무총장 등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회의 모두에서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이 터닝 포인트에 다다랐다”면서 “카다피가 리비아 국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카다피 망명카드가 검토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반(反)인류범죄 사면과 안전한 망명을 전제로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행선지로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 밖의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거론되고 있다.
카다피는 “리비아에 대한 야만적이고 부당한 공격을 멈춰라”는 내용의 서한을 회의에 참가하는 서방 주요국에 보냈다고 리비아 관영통신 자나가 보도했다. 카다피는 “AU에서 내려진 어떤 결정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공습 범위 논란=다국적군이 28일 밤 트리폴리 남쪽 100~180㎞ 지점인 게리얀 및 미즈다 지역의 군 시설 등을 폭격했다고 리비아 국영TV가 보도했다. 시르테에선 카다피 군과 반정부 세력 간 전투가 계속됐다. 미국은 주말부터 AC-130과 A-10 등 지상공격용 전투기를 투입해 리비아 지상군을 공격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가 리비아 군사작전의 모든 지휘권을 31일 오전 6시를 기해 미국으로부터 넘겨받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29일 전했다. 나토는 당초 30일부터 지휘권을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런던에서 열리는 회의 결과를 고려하기 위해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카다피 정권의 종식을 위해 반군 세력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다국적군 공격이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리비아 시민 보호라는 공습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