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번역 오류→해명→철회 거부→번복 후 제출’ 재탕… 해도 너무한 통상교섭본부
입력 2011-03-30 00:43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한 차례 철회 및 수정해 국회에 제출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또 철회키로 한 것이다. ‘번역 오류 지적→해명→철회 거부→번복 후 재제출’이라는 과정이 다시 반복됐다.
무엇보다 정부가 목표했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비준안을 철회하려면 4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하고, 그 뒤에도 EU와의 협의를 거쳐 수정된 합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일정상 4월 임시국회 비준안 통과도, EU 측과 잠정합의한 7월 발효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29일 통상교섭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돼 있는 한·EU FTA 비준안에서 번역 오류 등이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수정을 위해 비준안 철회를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 올라 있는 비준안이 이미 한 차례 철회 및 수정을 거쳤다는 것. 지난달 처음 원산지 인정 기준 등의 표현에서 번역 오류가 지적됐을 때 정부는 ‘실무상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넘어가려다 국회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철회한 뒤 EU와 협의를 거쳐 비준안을 수정해 지난 3일 국회에 다시 제출했지만, 여기서도 추가로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정부는 이번엔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EU 측이 수정에 합의해준 만큼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자구’만 수정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재검독과 외부 의견 수렴을 통해 오류를 철저히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랬던 정부가 ‘철회’ 쪽으로 입장을 바꾼 건 그동안 재검독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오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비준안의 번역 오류와 관련 재검독과 외부 의견 접수가 이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다음 달 초쯤 최종 집계가 될 것”이라면서도 “내부 재검독 과정에서도 오류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한·EU FTA 한글본 번역 오류 160여건을 통상교섭본부에 제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7월 발효’라는 정부의 목표는 그대로”라면서도 “그러나 국회의 심의 과정을 봐야 하는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