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안전지대” 장담하던 정부, 이젠 대책이 급해졌다
입력 2011-03-29 18:22
요오드·세슘 어떤 경로로 왔나
방사능 측정소가 설치돼 있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가 검출되고, 춘천에서는 세슘까지 나옴에 따라 우리나라도 ‘방사능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그동안 한반도 상공을 흐르고 있는 편서풍이 ‘안전판’ 역할을 해 우리나라에는 방사능 낙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정부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요오드 가벼워 전국 확산=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은 모두 핵분열 결과로 생성되는 인공 방사성 물질로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제논과 요오드, 세슘은 평소에는 잘 검출되지 않는 핵종(核種)들이다. 세슘의 경우 과거 핵실험 결과로 공기 중에 떠돌던 것이 가끔 황사에 섞여 들어와 검출되기도 하지만 이번의 경우 역추적한 결과 일본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요오드가 전국적으로 발견된 반면 세슘이 춘천에서만 검출된 것도 관심사다. 윤 원장은 “춘천 지역의 국지적 기류 탓일 수도 있다. 요오드는 세슘에 비해 가벼워 공기 중 확산이 좀 더 빠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원전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됨에 따라 이 물질의 한반도 유입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플루토늄은 요오드,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과 달리 알파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이다. 알파선은 감마선에 비해 세포를 파괴하는 힘이 20배 더 강하다. 현재 전국 방사능측정소에는 플루토늄 검출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 윤 원장은 “플루토늄은 가장 무거운 핵종이어서 멀리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필요한 시점에 별도의 시료와 장비를 통해 검측하겠다”고 밝혔다.
◇4월초 편서풍 타고 유입?=KINS 측은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지난 26일 검출된 방사성 제논과 같은 경로로 유입된 것으로 추측했다. KINS는 28일 이 제논이 일본에서 누출돼 캄차카 반도로 흘러들어가 저기압을 타고 시베리아로 북상해 중국 헤이룽장성 등을 지나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분석했다. 즉 방사성 물질이 북극 주변 고위도 지역의 짧은 코스를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돌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2주가 지난 걸 고려하면 편서풍을 타고 계속 동쪽으로 이동한 방사성 물질이 완전히 세계를 일주해 우리나라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편서풍은 중고위도 상공 3∼12㎞ 높이에서 항상 서에서 동으로 부는 바람이다. 그 중심에 제트기류라고 부르는 평균 시속 100∼300㎞의 강풍이 분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따라 북미지역-북유럽-시베리아를 거쳐 중국 헤이룽장성에 이어 우리나라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4월 초쯤 편서풍을 타고 방사선 핵종이 올 수 있지만 미미한 양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요오드, 세슘 인체 영향=이번에 확인된 요오드와 세슘의 양은 매우 적어 건강과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해를 줄 수 있다. 갑상선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성 요오드는 직접 흡입한 뒤에라도 최소 15분 안에 안정화요오드(KI)를 투여하면 90% 이상, 6시간 내 투여하면 50% 정도의 방어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KI를 과다 섭취하면 피부 발진, 침샘 부종(붓는 것)이나 염증, 요오드 중독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요오드가 나왔다고 해서 무턱대고 KI를 찾지는 말아야 한다. 세슘은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30년으로 길어 환경 내에 잔류하면서 생물체에 축적된다. 하지만 인체에 다량 축적됐거나 축적이 예상되는 경우 ‘프러시안블루’ 같은 약품 복용을 통해 배출을 증가시켜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