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사성 물질 검출에 차분한 대응을
입력 2011-03-29 17:38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최근 전국 각지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지난 23일 극미량의 방사성 제논(Xe)이 강원도에서 검출된 데 이어 세슘(Cs))이 확인됐으며, 요오드(I)는 전국 곳곳에서 측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9일 브리핑에서 현재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연간 방사선 한도의 20만∼30만분의 1에 불과해 인체 위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이라고 밝혔다. 검출된 양이 자연상태의 피폭량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불안하다. 무엇보다 방사성 물질 자체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데다 관련 지식도 많지 않다. 국내 방사성 물질 검출이라는 말만 들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피폭이라고 하면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폭, 체르노빌 원전 사태 등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일본 원전 사태 직후 편서풍을 거론하면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에 검출된 방사성 물질들은 캄차카 반도-북극-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된 예측이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 격이다.
국민을 안정시키자면 당국이 사실 그대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평가와 대응책을 내놓을 때 비로소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제논이 감지된 게 23일이었지만 KINS는 27일에야 발표했다. 요오드와 세슘 검출과 관련해서도 KINS의 검측 결과를 인용해 28일 일부 언론이 보도했으나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부인했다가 나중에야 시인했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정작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태 수습이 불가능하다.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보도나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식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방사성 물질 문제, 단정하기보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