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입력 2011-03-29 22:10
유엔 “사고로 56명·관련 암 4000명 사망” 보고서
그린피스 “인근 암발병 27만건·9만3000명 사망” 반박
1986년 4월 발생한 사상최악의 핵발전소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의 피해 규모와 후유증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사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수십명에서 20만명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사고 직후 기형아 출산이 늘었다는 등의 주장은 차츰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내려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아직도 크고 작은 피해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농도 오염지역’의 갑상선암 환자는 모든 연령대의 남녀에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암의 잠복기가 평균 20∼25년인 점을 고려하면 방사선에 의한 암 발병은 조금 더 지나야 증가 규모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유엔은 2005년 9월 ‘체르노빌의 유산-사고 20년 후 피해규모의 진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에 의한 직접적 사망자는 56명이었다. 사고수습 과정에서 고농도로 노출된 근로자를 포함해 4000명이 방사능 관련 암 등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여러 나라 과학자 100명이 내린 결론은 당시 알려진 피해규모가 과장됐음을 시사했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도 담겼다. 사고영향으로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4000건의 갑상선암이 발병했고, 이들 중 9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오염지역 거주민의 방사능 피폭은 낮은 농도였고, 따라서 불임이나 선천성기형이 늘어나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구소련지역에서 방사능 피폭보다는 정신적 충격, 가난, 삶의 질 저하문제가 더 심각하다. 보고서는 “방사능 피폭 영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오염지역 주민의 ‘삶에 대한 심각한 무기력증’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사회적 후유증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유엔 보고서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박했다. 보고서는 가장 피해가 심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사고 인근지역 60만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전체 피해규모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치사율이 매우 낮은 갑상선암 이외의 질병이나 건강상 문제는 과음, 흡연 등 생활습관으로 인한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린피스는 2006년 4월 펴낸 보고서에서 체르노빌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27만건의 암이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발병했고, 사망자는 9만3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암 외의 다른 질병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20만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방사능 피폭과 질병 발병 사이의 관련성은 다른 변수가 많이 개입해 입증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86년에 체르노빌과 가까운 동부유럽 지역 사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또 92년까지 동유럽은 사산율이 증가한 반면 서유럽에서는 매년 감소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80년대 후반 동유럽의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이거나 더 큰 요인일 수 있다는 반론에 직면했다.
원자력발전의 주관적 위험성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사고가 났을 때 피해의 대규모성, 체르노빌에서처럼 어디까지가 피해범위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주민이 스스로 선택한 기술이 아니라는 비자발성, 그리고 통제 불가능성 등이 그런 요인이다. 원전에 우호적이던 국내 여론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비를 맞게 됐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