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운 미혼모 나래대안학교에 가보니..
입력 2011-03-29 16:59
[미션라이프] 중학교에 다니는 15세 김모 양은 지난 해 초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했다. 두려움이 몰려왔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하루하루 울고 지내며 낙태를 고민했다. 하지만 어렵게 부모를 설득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결국 김양은 임신 6개월이 되었을 때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기독교 미혼모 보호시설인 서울 대신동 애란원의 나래대안학교에 입소, 지난 해 11월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지난 2월엔 고등학교에도 진학했다.
“모두 같은 상황이라 서로 마음도 잘 맞고 너무 좋아요. 공부에 흥미가 없었는데 선생님과 1대 1, 2대 1로 수업을 받다보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어요.”
‘리틀맘’ 김양이 머물고 있는 나래대안학교는 지난 해 8월 문을 연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다. 학생 미혼모의 학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국내 첫 공교육 시설인 셈이다.
이 학교에 입학한 리틀맘들은 애란원에 머물면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과목을 하루 3∼5시간씩 배우고 나머지는 예비부모 교육과 컴퓨터, 진로직업교육 등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받는다. 피아노, 기타, 오카리나, 플루트 등 1인 1악기를 배운다. 십자수, 리본공예,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리틀맘들은 매주 2시간씩 여성과 생활법률 등 인권교육을 받으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별히 기독교 기관답게 매주 수요일과 주일 오전에 예배와 성경공부, 찬양 시간을 갖고 있다. 대안학교를 마치면 원래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과 함께 학력 인증도 받을 수 있다.
나래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애란원(구 은혜원)은 미국 장로교 반애란 선교사가 가출소녀와 윤락여성의 선도 및 보호와 자립을 목적으로 1960년 4월 설립됐다. 77년 남편 반피득 목사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간 반 선교사는 83년 애란원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재단에 기증했다. 그동안 애란 모자의집과 자립홈 등을 운영하며 5000여 위기의 미혼모들이 자립 의지를 다졌다. 애란원은 2006년과 2009년 보건복지부 여성복지시설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애란원의 재정은 서울시 50%를 포함, 전국 교회와 성도 등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나래대안학교 한상순 교장은 “애란원은 미혼모·부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자신의 아기를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요청한다”고 밝혔다(aeranwon.org·02-393-4723).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