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최대 위기
입력 2011-03-29 16:29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가 법원에 의해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한기총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부활절 연합예배와 한국찬송가공회 문제 등 현안 처리에 타격을 입게 됐다. 29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무실. 분위기는 덤덤했지만 당황한 기색은 역력했다. 관계자들은 “불리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교계 파장 컸다=이날 교계 지도자들도 참담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마치 마주 오던 기차가 부딪친 사고를 경험한 듯 충격에 휩싸였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회장은 “불행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법정에서 가릴 게 아니었다”며 “지금으로서는 해결 방안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영훈 한영신학대 총장은 “가처분 결정으로 결국 양쪽 모두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게 됐다”며 “향후 임시총회를 통해 대표회장 인준 절차를 거치더라도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상처만 남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8일 직무대행으로 법원이 선임한 김용호 변호사는 향후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인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결정문도 당선 무효가 아닌 정회 이후 속회에 대한 무효를 판단한 것이어서 속회 성격을 띤 임시총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태 한기총 총무는 “길자연 대표회장의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은 직무만 정지된 상태이지 당선 무효가 된 것은 아니다”며 “한기총은 직무대행과 함께 법원 결정에 따라 질서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무는 이어 “한기총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에 폐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한기총은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 69개 교단과 20개 단체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다지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기총 활동 마비=한기총은 그동안 대표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됐었다. 직무정지에 따른 공백은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직무대행이 신속한 임시 총회 소집과 진행, 사무 등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파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오는 4월 24일로 다가온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에 한기총 대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NCCK와 한기총이 공동으로 준비하는 연합 행사로 올해는 NCCK가 주관하고 한기총이 예배 순서자를 정할 차례다. 하지만 지금의 한기총 상황에서 설교자를 비롯한 예배 순서자 등을 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찬송가공회의 법인 설립 취소 등의 사안도 미뤄야 할 판이다. 한기총 찬송가공회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도 목사)는 한국찬송가공회가 법인화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며 충남도청에 재단법인 취소를 요청할 방침이었다.
직무정지 결정으로 한국교회 내 자정과 회개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4월 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 자정능력을 점검한다’를 주제로 제18차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도 내달 중 조찬기도회와 발표회를 열고 ‘한국교회 분쟁과 갈등, 해결 방안’을 주제로 한기총 사태에 대한 평가와 제안을 던질 예정이다.
일각에서 진행중인 ‘한기총 해체론’도 급부상하게 됐다.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4월 1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편 길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인 중 한 명인 이광원 목사는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당선 무효 소송도 제기했다”며 “금권 선거의 증거가 발견된 만큼 당선 무효 소송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임시총회에서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인준 되더라도 한기총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