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장선욱] 청렴거울, 청렴액자, 다음엔 뭔가?

입력 2011-03-28 19:38

“청렴거울과 청렴액자를 백번 나눠주면 뭐합니까. 염치없는 공무원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데….”

28일 광주학생교육원 김모(62)원장이 전남 장성군 자신의 전원주택에 부하 공무원들을 불러 감나무 가지치기와 거름을 주는 작업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징계위에 회부되자 광주시교육청은 초상집 분위기다.

정수기 납품업자의 뇌물상납 폭로 이후 초·중·고 300여곳 중 절반 이상의 학교가 경찰수사를 받는 것도 모자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까지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산하기관장의 부도덕한 업무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년퇴임을 5개월 앞둔 김 원장은 지난 11일 교육자료 수집을 위해 홍길동 생가 등을 탐방한다는 핑계로 출장신청을 한 교사 등 6명에게 2시간여동안 ‘잡역부’나 다름없는 엉뚱한 일을 하도록 부추겼다. 교사들은 홍길동 생가에는 아예 들르지도 않았다.

우월적 지위를 무기삼아 공무원들을 반강제로 동원한 김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이뿐만 아니다. 내부고발에 의하면 그는 아들의 결혼 청첩장을 공짜로 인쇄하는가 하면 관용차량도 사적 용도로 자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교조 출신의 진보교육감이 취임한 광주시교육청은 올들어 정열적 자세로 교육행정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래저래 얼굴을 못들 처지다.

앞서 시교육청은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자 ‘청렴거울’을 제작해 교사들의 책상에 놓도록 의무화하고 교장들로부터 전원 청렴서약서를 받았다.

지난달 정수기 비리사건이 터지자 이번에는 ‘청렴액자’를 만들어 각 교장실과 산하 기관장실 등에 모두 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개혁의 발목을 잡는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거울이나 액자를 만드는 선언적 청렴이나 일방적 혁신보다는 교육계 스스로를 먼저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절실한 것은 아닌지 시교육청은 고민해봐야 한다.

광주=장선욱 사회2부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