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號 1년 성적표는… 독립성 약화 한은, 시장과 소통도 부족

입력 2011-03-28 22:18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 달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김 총재의 1년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본업인 통화신용정책에서 금리 정상화에 실기했고, 시장과의 소통에 서툴러 중앙은행의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통화정책 집행에서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하는 취임 당시의 우려가 1년 내내 이어졌다. 보수적인 한은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서열파괴 등의 한은 내부 개혁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한은 독립성, 금리 정상화 요구에 부응 못해”=“조순 총재 시절 이후 입행한 직원들은 요즘 극도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김 총재하의 한은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조순 전 총재 이후 지금까지 약 20년간 형식적으로나마 지켜져 왔던 한은 독립성에 대한 자긍심이 지난 1년간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의 김 총재는 취임 당시 “한은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하면서 독립성 훼손 우려의 단초를 제공했다. 여기에다 사문화됐다가 지난해 2월 부활한 금통위 열석발언권(기획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발언하는 것)이 김 총재 부임 이후 정례화됐다. 금통위원 한 자리가 1년 가까이 공석이 됐음에도 김 총재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를 뿐”이라며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총재의 이 같은 행보는 통화정책 책임자로서 기울인 자신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계기로도 작용됐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 1년간 기준금리를 모두 4차례 올렸다. 3개월에 한 번꼴이다. 금리 정상화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상당수가 “청와대와의 교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총재가 아니라면 듣기 힘든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장은 “김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어떤 정책을 펴도 시장에서의 반응이 싸늘하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도 시장의 우려가 나온 다음에야 반응해 선제적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팀장은 “금통위 결정을 보면 매번 독립적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어떤 압박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언급했다.

◇한은 개혁 일부 호평도=김 총재는 200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40대 본부장을 임명했으며 지방대 및 여성을 대거 승진시키는 파격인사를 이달 초 단행했다. 직군제 폐지, 연봉제 확대 등을 통해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13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기도 했다.

외부에서는 ‘신의 직장’으로 불린 한은에 충격요법으로 개혁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다는 호평이 있다. 반면 김 총재의 내부 개혁에 대해 소통 없는 밀어붙이기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