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사실상 백지화] 관건은 ‘편익비율’… 1점 만점에 밀양 0.73·가덕도 0.7

입력 2011-03-28 23:18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백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성이 낮다는 점이다. 정부는 신공항의 입지 평가기준 가운데 경제성 부문에 가장 많은 가중치(40%)를 두고 있다. 입지 평가의 객관성을 최대한 감안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후보지를 낸 부산과 경남·대구·경북 간에 펼쳐지는 치열한 유치전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정부의 치밀한 계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은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 검토를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동남권 지역의 항공수요 증가에 대비한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을 수렴한 뒤였다. 국토연구원은 이듬해인 2007년 3∼11월 신공항 건설여건 검토 연구 용역을 실시, 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제시했다. 용역 결과, 김해공항 활주로는 2024년경 포화상태에 이르고, 영남권 국제항공수요는 250만명(2006년)에서 같은 기간 1026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당시 경제성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동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을 약속했다.

국토연구원은 이듬해 3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신공항 유치를 신청한 35개 후보지를 분석,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등 2곳을 최종후보지로 압축했다. 입지별 항공수요와 공항 시설규모, 후보지 입지 및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두 곳 모두 비슷한 수준의 평가가 나왔다. 밀양과 가덕도 모두 건설 면적이 660만㎡(200만평) 규모인 데다 전환수요 역시 밀양과 가덕도는 360만명, 350만명으로 추산됐다. 전환수요는 동남권에 거주하는 인천공항 이용객(550만명) 중 신공항을 이용할 승객을 추산한 수치다. 특히 문제는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었다. 일반적으로 B/C는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데 가덕도가 0.7, 밀양은 0.73에 그쳤다. 인천국제공항의 B/C는 1.4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곳 모두 비슷하게 나온 평가 결과가 사실상 신공항 유치전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선과 총선을 앞두면서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번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지역별로 신공항 유치전이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정부는 객관적인 기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점은 백지화할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 될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경제성 검토 일환으로 일본 간사이공항의 실패를 참고 사례로 삼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은 1970∼1980년대 약 22조원을 퍼부으며 간사이공항을 신설했다. 나리타공항과 함께 양대 국제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었지만 현재 인천공항에도 밀리는 공항으로 전락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28일 “국토연구원의 용역결과가 입지 평가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만큼 입지평가단도 합리적인 결과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