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공무원 ‘검은 커넥션’… 뇌물주고 토지 바둑판식 쪼개 5∼10배 폭리

입력 2011-03-28 22:20

지방의 가치 없는 땅을 소규모로 쪼개 일반인들에게 최고 10배 비싼 값에 팔아넘긴 기획부동산업자들과 이들을 도와주고 뇌물을 챙긴 지자체 공무원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기획부동산이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를 싼값에 사들인 뒤 일정 규모 단위로 쪼개 일반인에게 엄청난 웃돈을 붙여 되파는 업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송삼현)는 경기 가평군 일대의 토지분할 인허가 과정에서 부동산 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이진용(52) 가평군수 등 공무원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부동산업체 대표 한모(51·여)씨 등 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 군수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한씨 등으로부터 토지분할허가 등 각 종 인허가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한씨 등은 “가평에서 부동산업 등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재선되면 도와 달라”고 이 군수에게 부탁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업자들은 진입도로조차 없는 임야를 매입해 바둑판식으로 잘게 쪼갠 뒤 전화상담원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5∼10배 비싼 값에 되팔았다. 이들은 군청에 토지분할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전화상담원 등의 명의로 허위 토지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토지분할 허가를 받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수시로 건넸다. 홍태석(53) 전 가평군의회의장은 2009년 6월 재임 당시 부동산업자로부터 청평면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예산 편성과 군청 허가를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 기획부동산 업체는 이런 로비를 통해 단 25일 만에 14만여㎡의 임야를 23차례에 걸쳐 무려 146필지로 쪼개는 토지분할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은 이 같은 ‘쪼개기(분할매매)’ 수법으로 고수익을 챙기면서도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아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무마 로비까지 벌였다. 이들은 지난해 초 전직 지방국세청장 출신 권모(57·불구속 기소)씨에게 1억원을 건넸으며 현직 세무공무원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다.

검찰 관계자는 “토지분할 허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통일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지자체 공무원에게 인허가 권한이 주어져 비리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