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나쁘지만… 친구들아 그래도 힘내” 서울 관악초, 지진 日학생들에 동심의 메시지
입력 2011-03-28 18:25
“일본 친구들아, 힘내!”
복도 한가운데에 붙은 흰색 전지 위에 빨강 노랑 초록색 펜을 잡은 고사리손들이 정성스레 글씨를 써 내려갔다. 색동 도화지 위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그려졌고, 그 틈 사이로 글씨와 그림들이 채워졌다.
2005년부터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립 가노소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온 서울 관악초등학교가 28일 ‘일본에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행사를 열었다.
오전 11시20분, 3교시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교실 문밖으로 쏟아져 나온 어린이들은 저마다 펜을 들고 일본 친구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적기에 여념이 없었다. 리코더를 들고 음악 이동수업 교실로 향하거나 화장실로 달려가던 어린이들도 응원 메시지를 남기느라 10분 휴식시간은 짧아 보였다.
‘애들아, 절망하지 말고 우리를 기억해줘’란 메시지를 적은 5학년 6반 배인준(10)군은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임진왜란 때문에 일본을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뉴스에서 지진 동영상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일본, 힘내”라고 힘주어 말했다.
6학년 5반 송혜원(11)양은 ‘같은 바다를 함께하는 이웃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파. 울지 마’라는 메시지를 또박또박 썼다. 송양은 “일본 사람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며 지구촌 친구인 나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학년 5반 담임 이혜승(33·여) 교사는 “현재 일본과 교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졸업한 학생들까지 ‘일본 친구들은 괜찮냐’고 자꾸 물어와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평소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던 한 학생이 ‘슬퍼하지 말고 힘내’라고 적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박상묵(57) 교장은 “성금이나 바자회 같은 행사보다는 편지쓰기를 통해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 그대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관악초교는 이번 주까지 아이들의 응원 메시지를 모아 일본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4월 첫날 가노소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