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도 억울함도 기억말고 그곳에서 네꿈을 이루렴…”
입력 2011-03-28 22:24
천안함 정범구 병장母 홈피 글… 네티즌 눈시울
“(너의) 모든 것은 엄마가 가지고 있다가 엄마가 떠날 때 같이 보내 달라고 할게…. (하늘나라에서)부디 편하게 지내…. 아들, 잘 지내야 한다.”
‘천안함 46용사’ 고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 심복섭씨는 28일 오후 아들의 인터넷 미니홈피(사진)에 북받치는 슬픔을 담아 글을 올렸다. 지난 26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1주기 추모식’에 다녀온 뒤 다시 회한이 사무치는 듯했다.
심씨는 아들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는 사진과 함께 장문의 편지를 썼다.
심씨는 “범구야, 한을 만들지 말고 억울함을 기억하지도 말고, 남아 있는 가족들이 천안함을 밝히지 않는다고 분통 터트리지 말고 있어주길 바란다”며 “(어머니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느낀다는 것만 알아줘라”고 글을 시작했다.
심씨는 이어 “이곳에서의 안 좋았던 일은 잊으렴. 능력 없던 엄마를 용서해 줘”라고 적었다. 이어 “짧은 인생에는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함께) 맘을 비워보자”고 하늘에 있는 아들을 다독였다.
심씨는 “나도 머지않아 갈거야. 너를 먼저 보내고 떳떳하게 살지 못할 것 같으니까. 내 목숨이 길어진다고 생각되면 아주 시골로 들어가 조용히 참회하면서 지내다 갈게”라고 했다.
심씨는 자신의 사후를 걱정할 아들에게 “엄마는 시신 기증을 오래 전 해 놨다. 목숨이 끊어져도 제를 지내주는 자식은 없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들에게 전했다.
심씨는 “(하늘나라에서) 원하던 만화가의 꿈을 꼭 이루고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한 피아노도 다시 배워라. 해외여행과 우주여행, 그리고 여자친구 사귀어서 맘에 들면 엄마한테 소개시켜주고 결혼도 해 응어리지지 않게 지내라”며 글을 맺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