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사실상 백지화] “대국민 사기극” “집단탈당 불사”… 여당 내부 파열음
입력 2011-03-28 23:12
“채점도 하기 전에 불합격을 미리 정해놓고 짜맞추기하는 것인가. 만약 사실이라면 정부 스스로 대국민 사기극임을 증명한 것이다.”(유승민 대구시당위원장)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B/C(비용대비 편익비율·경제성 평가)가 0.5나 나왔겠나. 장기적인 국책 사업은 B/C로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안홍준 경남도당위원장)
“조사도 제대로 안 해보고 무조건 신청을 받으니까 경합이 붙은 것 아닌가. 이제 와서 없던 것으로 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것이다.”(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자 영남권 의원들은 29일 “정부 정책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남 밀양 유치를 주장해 왔던 대구 지역 의원 9명은 오전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백지화 방침을 흘리는 것 자체가 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이유만 추가됐다”고 성토했다. 또 회의 후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을 임기 말에 와서 백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은 백지화 발언을 한 청와대 관계자를 반드시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TK(대구·경북)는 어찌됐든 한나라당을 찍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이제는 깨줘야 한다”며 “대통령과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의원이 늘고 있다”고 집단행동 가능성도 내비쳤다.
경남 의원들도 “백지화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밀양·창녕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은 “타당성 조사 절차에 착수도 하지 않고 아이디어 차원일 뿐인 김해공항 확장론에 정부가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미리 정한 방침에 따라 숫자놀음으로 끼워 맞추고 조작하는 것이라고 정부가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남 의원들은 “정부 발표로 상황이 종료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신공항 건설 추진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덕도 유치에 나섰던 부산 지역 의원들도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은 “동남권 신공항의 본질은 사실 김해공항 확장이전 문제였다”며 “김해공항 확장 문제를 잘 검토해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결정해 발표하면 될 일을 정부는 왜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분란만 일으켰느냐”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동남권 신공항 사업 등 일련의 국책 사업들이 추진 과정에서 지역 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오고, 또 연달아 파기되거나 변질됨으로써 정권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여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신공항 문제가 어떻게 결론나든 이를 계기로 대통령 레임덕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다거나 내년 총선, 대선에까지 쟁점 이슈로 여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에 대해 “이미 용역 결과가 1년반 전에 경제성이 없다고 나왔고, 그때 마땅히 국토해양부에서 결정을 내렸어야 할 일을 미뤄온 것”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다면 지금까지 이 문제를 끌고 온 행정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