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오락가락 도쿄전력 ‘신뢰’ 바닥
입력 2011-03-28 23:03
“1000만배 검출”→“10만배”→“코발트 아닌 세슘”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과 그 측정치를 10여 시간 동안 연거푸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 27일 낮 “2호기의 터빈실 지하에 고인 물웅덩이에서 평상시 원자로 냉각수보다 1000만 배나 되는 고농도 요오드(I) 134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원자력위원회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치”라고 지적하자 이날 오후 재측정을 실시했다. 그리고 자정 무렵 다시 “요오드 134와 코발트(Co) 56을 혼돈해 수치가 계산됐다”면서 농도는 10만 배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재측정 수치를 또다시 확인한 결과 코발트 56이 아니라 세슘(Cs) 1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사고로 유례없는 위기를 몰고 온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그동안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이번 오락가락한 발표로 일본 국내외에 방사능 공포를 더욱 부추기면서 원성이 높다. 도쿄전력은 27일 매일 4번 열던 정례 기자브리핑을 2회로 줄이겠다고 했다가 언론의 거센 항의에 축소방침을 철회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11일 핵연료봉이 3시간 내에 노출되자 ‘노심 용해’를 예측했지만 대응이 늦었다고 도쿄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보안원은 11일 밤 노심 용해 가능성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1·2호기의 압력 저하를 위해 증기 배출하는 응급조치를 시작한 건 이튿날 오전 9시4분부터였다. 이날 아침 일찍 후쿠시마 원전 시찰에 나선 간 총리의 방사능 피폭을 염려해 지연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여기에 공기압력펌프 등의 고장을 이유로 오후 2시30분이 넘어 증기를 배출시키기 시작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늑장대응이 간 총리 탓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간 총리는 12일 오전 6시쯤 도쿄전력에 여러 차례 응급조치를 시행하라고 지시했으며 시찰도 응급조치 실시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