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한국판 제이슨 스태텀을 위하여

입력 2011-03-28 17:50

영구 탈모증, 통칭 대머리에 관한 덕담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거지 중에 대머리 봤느냐’는 말처럼 대머리는 돈이 많다는 설과 ‘대머리=변강쇠’, 곧 정력이 좋다는 설이다. 또 이발비와 샴푸값이 적게 들어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근거 없는 속설이고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그런 덕담들이야말로 대머리에 대한 우리 사회, 특히 여성들의 부정적 편견을 거꾸로 보여주는 슬픈 반증일지도 모른다. 단적인 예로 탈모 전문의 모임인 ‘털나라 네트워크’가 20∼30대 한국 여성 10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 여론조사 기관 웹 서베이가 유럽 5개국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과 비교해 대머리 거부감, 나아가 혐오감이 훨씬 높았다.

그러니 마치 공기처럼 늘 있는 게 당연한 줄로만 여겼던 풍성한 머리카락이 술술 빠지기 시작해 ‘속알머리가 없다’느니 ‘주변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듣게 될 때 남성들의 충격과 참담한 심정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욱이 나이 지긋한 중년도 아니고 젊은 나이에 대머리 소리를 들을 경우에랴.

실제로 20∼30대 젊은층에서 탈모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9년 진료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병원을 찾은 남녀 탈모 환자 18만1707명의 약 절반(48.4%)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 비하면 전체 환자는 24.8%, 20대는 7.4%, 30대는 15.3% 늘어난 수치다.

다만 유형별로는 일시적 탈모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원형탈모증이 가장 많고(13만7000명), 일반적인 대머리를 말하는 안드로젠성 탈모는 남성 9741명, 여성 2445명이었다. 18만여명 탈모 환자 모두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닌 셈인데 그렇더라도 문제는 탈모 환자들이 대부분 우울감, 수치심, 분노 등에 시달린다는 데 있다. 이는 개인의 정신건강은 물론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해가 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대개 유전적 요인에 의한 대머리의 경우 스트레스가 주원인인 원형탈모와는 달리 뚜렷한 예방법도, 치료법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머리라고 해서 자기혐오나 자기연민에 빠질 게 아니라 대머리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워보는 건 어떨까. 말하자면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대머리를 트레이드마크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이슨 스태텀이니 빈 디젤이니 브루스 윌리스도 있지 않은가.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