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앞뒤가 안 맞는 ‘북한 식량난’
입력 2011-03-28 17:55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최근 실시한 북한 식량 실태 조사 결과가 미덥지 않다는 평가다. 근거로 제시된 배급량 도정률 하곡수확량 등의 신뢰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가령 도정된 정미의 중량이 현미 중량의 몇 %인지를 표시하는 도정률을 북한은 65%로 보고했다. 쌀이 남아도는 우리나라의 78%보다도 훨씬 낮다. 도정률을 10% 포인트 올리면 40만t의 식량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엔이 WFP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권고한 43만t과 거의 일치하는 양이다. 더욱이 북한의 작년 작황은 근래 드문 풍년이었다고 한다. WFP 조사에 맞춰 배급량을 줄이고 도정률을 낮게 보고하는 등 안간힘을 쓴 모양이다.
유엔 권고를 기화로 식량 지원을 재개하라는 국내 좌파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여전히 억지를 부렸다. 대북 지원론자 중에는 천안함의 진실을 불신하는 이들이 적잖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대북 문제의 주도권을 미국에 뺏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저의야 뻔하지만 이들이 겉에 내건 인도주의 간판에 속아 동조하는 일반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북 식량 지원 움직임의 이면에는 식량 지원이 재개돼야 힘을 얻는 비정부기구(NGO)들의 로비가 있다. 이런 구도에 익숙한 서방국들은 WFP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아 이번에도 반응이 냉담했다고 한다. 또 WFP가 보고한 군량미 헌납운동은 식량 사정이 정말로 절박하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북한이 내년의 ‘강성대국 완성’ 잔치에 나눠줄 행사용 쌀을 준비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정부는 지난해 연평도 포격 이후 중단된 민간단체들의 북한 영유아 지원을 곧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분유와 이유식, 항생제 같은 약품 지원 등 취약층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인도주의 정신에 부합된다. 쌀은 주어봐야 군대 식량창고에 들어갈 게 뻔하다. 쌀 지원은 북한을 변화시킬 대북 전략카드로 계속 쥐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