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선희] 방사능 오염식품 우려 지나치다

입력 2011-03-28 17:55


최근 일본 원전사고는 전 세계의 생활환경과 먹을거리의 위협이 되고 있다. 방사능 오염에 의한 직접적인 건강 피해와 오염에 대한 불안 스트레스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지적한 현대 위험사회의 한 사례이다. 그는 위험사회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위험에 대해 객관적 거리를 두고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먼저 직접적 피해가 될 수 있는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가능성이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낙진에 오염되기 쉬운, 주로 잎을 먹는 채소 즉 엽채류 농산물과 우유에 대한 오염도 검사 결과를 매일 발표하고, 규제치보다 높은 것은 섭취 또는 출하를 제한한다. 세계보건기구, 국제농업식량기구, 국제원자력기구도 23일 합동성명을 발표하여 일본의 원전사태 후 식품안전관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산 엽채류를 수입한 사례는 거의 없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 수입되는 모든 식품에 대해 방사능검사도 실시한다. 지난 25일에는 일본에서 출하제한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따라서 오염된 농산물이나 우유 등이 우리나라에 수입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된 식품을 잘못 먹게 되면 위험한 건 아닌가? 방사능은 가능한 안 쪼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주나 대지 또는 공기 중의 라돈 등으로부터의 자연방사능 2.4밀리시버트(m㏜)에 피폭되고 있다. 그 밖에도 병원에서 X선 위장 검사 한 번 받으면 약 0.6, CT검사 한 번 받으면 6.9, 비행기로 서울에서 뉴욕을 가면 약 0.1 등등과 같이 세계평균 연간 약 5m㏜의 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다.

국제방사선보호위원회에서는 식품을 포함한 방사선에 의한 피폭량을 5m㏜가 초과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식품에 대해 방사성오염은 식품 1㎏당 세슘 370베크렐(㏃, 방사능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단위), 요오드는 300㏃(우유에선 150㏃)의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미국의 1200과 170, 유럽연합의 600(우유 및 유제품 370)과 500∼2000, 일본의 잠정규제치 500과 2000보다 훨씬 엄격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은 원전사고 등으로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될 경우 이를 장기간 방치하면 서서히 방사능물질이 체내 축적되어 장래 갑상선암 등이 발생할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장기간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식품에 의한 방사능 오염을 우려할 이유는 없다. 이를 무시하고 최악상황만을 가상하여 두려워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울리히 벡이 경고한 위험의 함정에 빠지는 일이다. 다만 바라는 바는 일본 원전사고가 하루 속히 수습되어 오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기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