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예방 전문가 양성 "생명학교" 현장 가봤더니
입력 2011-03-28 17:06
[미션라이프]“태아도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입니다. 낙태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성수동1가 동부교회 교육관. 주부 정권숙(49·동부교회)씨가 30여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정씨는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남자 친구를 갖길 원한다는 말을 듣고 올바른 이성 교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 모임에 참석했다.
정씨가 바쁜 스케줄을 쪼개 참석한 이 모임의 이름은 ‘생명학교’. 낙태반대운동연합(낙반연·회장 김현철 목사)이 2000년 9월부터 개최하고 있는 낙태예방 전문가 양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모임에선 낙태 수술을 하지 않고 낙태예방 캠페인에 나서겠다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강사들은 “왜곡된 성의식 등으로 무책임한 임신과 낙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올바른 성의식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강의에 참석한 이하은(19·빛과소금교회)양은 “혼전 순결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결혼 14년차 주부 이지혜(38·동부교회)씨는 “태아도 한 인격체이며 생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생명학교를 수료한 500여명은 낙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며 ‘생명사랑 태아살리기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낙태아의 모습, 태아의 성장과정 등 사진들을 전시하고 시민들과 함께 생명사랑 거리행진을 벌인다. 또 낙태를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현대인의 낙태와 성의식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낙반연 회장 김현철(56)목사는 1988년 낙태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타인의 생명을 해칠 수 없다’는 교회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1994년 한국누가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19개 단체가 모여 지금의 낙반연을 만들었다. 낙반연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는 6000여명의 여성과 미혼 부모를 상담하고 청소년 성교육, 낙태 반대 캠페인을 펼쳐 왔다.
김 목사는 “여성들이 아기 낳을 여건이 안 돼 있다는 생각으로 낙태를 하곤 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무료 출산, 양육 지원 제도가 적지 않다는 점, 뱃속 태아의 움직임 등을 설명하면 대부분 아기를 낳는다”고 귀띔했다. 또 아기를 낳은 산모와 가족들이 “고맙다. 큰일을 저지를 뻔 했다”고 인사를 건넨다고 했다.
최정윤(42) 낙반연 사무처장은 낙태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 놀랍게도 교회라며 안타까워했다. 공공연하게 교회 안에서 낙태 관련 설교를 하면 성도들에게 죄책감을 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나 낙반연은 전국교회에서 강의 등을 통해 낙태 행위가 성경에 위배되는 생명파괴 행위(마 1:18. 시 139편)임을 알리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태일을 기념하기 위한 생명주일(4월 마지막주) 제정을 제안했다. 현재 서울 목산교회와 분당 샘물교회에서 생명주일을 지키고 생명주일 헌금은 생명 살리기 후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인간복제 및 생명에 관해 기독교적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구성에 참여했다. 또 낙태와 생명윤리에 관한 설교문을 제작해 목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낙반연에 따르면 2005년의 경우 잘못된 가치관과 성문화 왜곡, 남아 선호 사상 등으로 하루에 1000건, 1년에 34만 2000건의 낙태가 자행되고 있다. 이는 그해 신생아 수의 78%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80초에 1명꼴로 태아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낙태 건수를 보면 일본이 13.4건, 미국이 21.1건, 중국이 26.1건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9.8건에 달하고 있다. 또 기혼 여성은 58%, 미혼 여성은 42%를 차지하며 전국 산부인과 약 80%가 불법 낙태 수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prolife.or.kr·070-4012-3090).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