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 “경쟁논리 내려놓고 진정 행복한 길 찾아야”

입력 2011-03-27 19:46


“한국에서 ‘돈’보다 더 무서운 우상은 ‘자녀의 공부’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녀 교육만큼은 세상 논리대로 하겠다고 고집한다면 과연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47·다니엘새시대교회 집사) 공동대표는 세계 모든 나라 중 오직 한국에서만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바로 사교육을 적게 시키자고 학부모를 설득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연간 30회 이상의 토론회를 열고, 학부모와 교사들을 모아 강의하고, 사교육의 폐해에 대한 각종 연구와 조사를 해 자료로 펴낸다. 그는 이에 대해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내게 맡기신 일”이라고 말한다.

23일 오전 서울 한강로 사무실에서 송 대표를 만났다. 기독 교사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을 만들고 2008년까지 대표를 지닌 그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일반 시민운동 단체의 활동을 ‘하나님께 받은 사명’으로 여긴다는 점은 의외였다.

그는 공립 고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92년 10월 크리스천 교사 30여명과 함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사모임’을 만들었고 95년부터는 보수 기독 교사 단체들을 연합하기 시작했으며 98년 ‘기독교사대회’를 처음 개최했다. ‘기독 교사를 선교사로서 학교 현장으로 파송한다’는 취지의 이 대회는 격년 단위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2000년에는 ‘좋은교사운동’을 결성했으며 2002년에는 교사직까지 버리고 이 단체에 ‘올인’했다.

교사로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이토록 교육 운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를 그는 92년 8월 ‘선교한국’ 대회에서 찾는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해외 선교사로 파송받기를 결심하던 그 자리에서 “나는 학교 현장에서 선교사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이후 줄곧 그의 관심사는 교사들을 일깨우고 공교육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지만 2008년 입시 경쟁과 사교육으로 초점을 이동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하나님의 개입’을 설명했다. 2007년, 교회학교 부장교사로서 고등부 예배를 드리는데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목사님은 “얘들아, 공부하느라 힘들지? 왜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지 아니?” 하고 물으셨다. ‘비전문가인 목사님이 그 답을 알 리가 있나’라고 생각했던 송 대표에게 목사님의 다음 말은 큰 충격이었다. “이 문제를 자기 문제로 끌어안고 뛰어든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야.”

당시 앞으로의 운동 방향을 놓고 기도하던 그에게 이는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눈에 보이는 분명한 표징을 주시면 이 일을 맡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그것은 교사들이 전교조 외의 단체에서 활동할 때도 휴직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이 통과되는 일이었다. 여러 이유로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신기하게도 얼마 후 이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제야 그는 무릎을 꿇고 이 일을 맡겠노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 6월 만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대해 그는 “사교육 없이 명문대 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단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죄악시하는 단체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단지 비정상적인 입시 교육 속에서 부모는 돈을 쏟아 붓고, 자녀는 시간을 쏟아 부으며 고통당하는 사교육 현실을 바로잡고, 자녀들이 행복한 삶, 만족스러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바르게 이끌어주자는 취지라고 했다.

특히 그는 크리스천 부모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크리스천 부모들은 자녀에게 경쟁의 논리를 신앙의 논리로 포장해서 주입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려면 리더가 돼야 한다’는 식이지요. 그 저변에는 남보다 풍족하고 안락하게 살아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이 점을 깨닫고 내려놓아야만 자녀를 신앙 안에서 바르게 이끌 수 있습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