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만 잡는’ 공정위의 칼… 대기업 서류 유출·공무집행 방해에도 멍∼

입력 2011-03-27 19:27

경제계 검찰 격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영(令)이 안 선다. 연초부터 ‘물가와의 전쟁’ 총대를 메고 나서 통신·정유사 등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잡아내기 위해 칼을 뽑았지만 단무지, 두유 등 피라미(?) 업체들의 담합만 잡아내고 있다. 통신·정유사 등 대기업들은 관련 서류를 미리 빼돌리고 공정위 조사요원 출입을 막는 등 조사를 방해하는 통에 손도 못 대고 있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직원들은 지난 24일 오후 2시20분쯤 스마트폰 제조가격 관련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방문, 현장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목적을 밝혔으나 삼성전자 측이 조사요원들의 출입을 막아 30∼40분간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직원들은 업무방해로 판단해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공정위 직원들은 실랑이 끝에 삼성전자 건물에 들어갔지만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 측은 “연구시설이 있기 때문에 사전예약이 필요한데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공정위는 “기업 조사 나갈 때 조사특성상 사전예약은 말도 안 된다. 공정위 직원 신분증을 제시하고 공문 지참하고 가서 조사가 이뤄진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삼성전자 대응이 조사방해 행위로 판단되면 전원 회의에 회부할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시작된 정유사들의 가격담합 조사도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1월부터 석 달 동안 정유사들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했지만 정유사들의 주유소에 대한 ‘원적지 관리행위(정유사가 매출 상위권 또는 상징적인 지역의 주유소를 확보하기 위해 기름을 싸게 공급하거나 주요 주유소를 뺏기지 않으려고 혜택을 주는 것)’만 잡아내고 가격담합은 들춰내지 못했다.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폭에 비해 국내 휘발유가격 상승폭이 훨씬 커 정유사 간의 가격담합 의심이 많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국제 원재료가격이 오를 경우 혼자 올리면 매출이 다른 업체로 넘어가기 때문에 업체들이 담합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적발된 것”이라며 “정유사 등의 직접적인 가격담합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희 조민영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