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 몰린 업체 대표 자살… 증시 ‘퇴출 대란’ 쓰나미 공포

입력 2011-03-27 22:01

12월 결산법인의 정기결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증시 퇴출 위기에 몰린 유망 기업의 대표가 자살하는 등 회계감사발(發) ‘퇴출 대란’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까지 회계감사 관련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만 22곳에 이르러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7일 경찰과 회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씨모텍의 김모(45) 대표가 전날 자살을 시도, 병원에 옮겼으나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2007년 상장한 씨모텍은 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때 쓰이는 ‘T로그인’ 같은 데이터모뎀을 제조하는 업체다. 지난해엔 매출 1360억원에 영업이익도 44억원이나 냈다. 그러나 지난 24일 신영회계법인이 ‘회사의 투자 및 자금관리 취약으로 자금거래의 실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의견거절을 내 거래정지와 동시에 퇴출 위기에 몰렸다. 증권업계에서는 감사의견거절 이유가 사실상 ‘횡령 및 배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문제는 씨모텍이 지난 1월 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지 두 달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점이다. 당시 297억원 모집에 7400억원 이상이 몰릴 정도로 유상증자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부실 징후를 눈치 채지 못했던 투자자들만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였다. 이에 당시 유상증자를 주관하면서 기업실사를 제대로 못한 동부, 우리투자증권에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씨모텍은 다음달 4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회계감사의견거절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5곳, 코스닥시장 17곳 등 22곳에 이른다. 여기에 아직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업체는 유가증권 4곳, 코스닥 12곳 등 16곳이다. 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한 업체 상당수가 그동안 퇴출당한 전례를 감안할 때 증시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회사가 30곳 안팎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 22곳의 시가총액은 모두 2366억원. 이들 기업이 낸 최근 분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소액 개인주주 현황을 살핀 결과 개인 투자자는 9만893명, 투자금액은 564억3201만원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상장폐지 대상이 추가로 나올 수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엔 피해액이 6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월 회계감사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총 39곳(유가증권 10곳, 코스닥 29곳)이었고, 2009년에는 40곳(유가증권 11곳, 코스닥 29곳)이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