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도 생선값도 미친듯 올라… 장보기가 두렵다
입력 2011-03-27 21:46
과일, 생선, 우유 등 식료품값이 치솟고 있다. 3월 꽃샘추위로 제철 과일값이 오른 데다 지난해 말 시작된 구제역 여파로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도 줄어들었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국산 생선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27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락시장)에 따르면 딸기(2㎏)의 최근 1주일(19~25일) 평균 가격은 2만317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올랐다. 방울토마토(5㎏)도 2만2232원으로 지난해보다 13.8%가량 값이 올랐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출하량이 예년만 못하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3월 들어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딸기와 토마토의 생육이 더뎌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4월 중순 이후부터는 출하량이 정상 궤도에 오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제철 과일값이 작년보다 비싸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이상저온 현상이 4~5월까지 이어지면 과일은 물론 배추, 시금치 등 엽채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제철 과일이 비싸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수입 과일이 잘 팔리고 있다. 이마트에선 올해 들어 수입 과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들여온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청포도 등은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비싼 국산 과일의 틈새를 비집고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가격도 급등세다. 목포수협에 따르면 알이 밴 봄 참조기 100마리 들이 한 상자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7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오른 것이다. 일본 원자력 사고 여파로 안전한 수산물에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락시장에서 고등어(10㎏)는 26일 3만3333원으로 전날(2만7084원)보다 무려 6249원(23%)이 올랐다. 최근 1주일간 평균 가격(2만5348원)과 비교하면 31.5% 오른 수치다. 명태(냉장 수입)는 10㎏에 4만원으로 전날 2만6539원보다 51% 올랐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청정지역의 식·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제주도·진도·완도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인기다.
우유값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구제역 사태로 원유 공급량이 줄면서 유업체가 소매점에 공급하는 흰우유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26일부터 전국 대리점을 통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 공급하는 흰우유를 평소보다 10% 줄였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학교 급식이 완전히 재개되는 다음 달부터는 최대 2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원유 부족 상황이 계속되자 최근 흰우유 2.3ℓ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판용 우유가 심각할 정도로 모자라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우유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에 22.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1분위(소득 하위 20%)의 엥겔계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총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가 높을수록 서민들의 살림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