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 천안함 46용사, 백령도의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입력 2011-03-28 00:34
천안함 희생장병 위령탑 제막식 르포
27일 낮 12시 백령도 연화리 해안 절벽.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탑 제막식이 유가족 114명과 백령도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이곳은 천안함 폭침 당시 물기둥을 관측한 해병 초병이 근무하던 지점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곳과 가장 가까운 해안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기념사에서 “46용사께, 오늘 밤이라도 당장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고(告)하며, 고인들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멸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50) 유가족협의회장은 “위령탑은 슬픔의 상징이 아니라 호국의 상징”이라면서 “이 나라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 때 고귀한 희생의 상징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유가족들은 46명의 얼굴이 양각 부조로 새겨진 보조탑이 모습을 드러내자 동(銅)으로 된 얼굴을 매만지며 흐느꼈다. 고 안경환 상사의 어머니는 “장한 내 아들”이라면서 “너무 울어서 말을 못 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씨는 “위령탑 위치가 좋은데 바다를 보니까 지켜주지 못한 것이 더 미안해졌다”면서 “동판이 아들과 많이 닮았다”고 손을 떼지 못했다.
제막식 후 유가족들은 일렬로 바다를 바라봤다. 10여명의 전사자 어머니들은 “아들아 엄마가 왔다” “아이고 우리 아들 어떡해” “우리 아들 누가 그랬어”라며 목 놓아 울었다. 제막식 내내 꼿꼿한 모습을 보였던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도 전망대의 기둥을 잡고 오열했다. 김 총장은 윤씨를 안아주며 위로했고, 최원일 전 함장도 다가와 “어머니 저 함장이에요”라며 등을 다독였다. 고 김종헌 상사의 매제 최수동씨는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했다.
김덕원 소령(천안함 피격 당시 부함장)은 “46용사는 오늘 NLL(북방한계선)의 수호자로 다시 태어났다.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의 주탑은 세 개의 삼각뿔이 8.7m 높이로 치솟아 있다. 주탑 3개는 영해, 영토, 국민을 굳건히 사수하겠다는 정신을 상징한다. 중앙에 위치한 보조탑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는 가스등이 설치돼 365일 바다를 밝히게 된다. 그 아래에 46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보조탑 양 옆에는 해군참모총장의 비문과 이근배 시인의 추모시가 음각돼 있다.
백령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