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상술? 흡연권 보호?… 커피전문점 실내흡연실 앞다퉈 설치
입력 2011-03-27 21:47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금연정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유명 커피전문점 내 흡연실 설치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연정책에 역행하는 상술이라는 주장과 흡연권 보호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서울시는 지난 1일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시행해 청계광장,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등에서의 흡연을 금지했다. 이 조례에 따라 6월부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서울시가 흡연을 금지한 광화문광장 인근의 6개 커피전문점 매장을 27일 확인한 결과, 5개 매장에 흡연실이 설치돼 있었다. 그 가운데 2개 매장에서 흡연실의 담배 냄새가 매장 안으로 새어 나왔다.
청계천변도 사정은 비슷했다. 7개 매장 중 5개 매장에 흡연실이 마련돼 있었다. 옥상에 흡연실을 마련한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매장은 실내에 흡연실이 설치됐다. 한 매장은 커피향 속에 흡연실에서 새어 나온 담배 냄새가 섞여 있었다.
국내 유명 커피전문점의 흡연실 설치율은 90%에 가깝다. 할리스커피와 탐앤탐스는 전국 304개 매장과 260개 매장 대부분에 흡연실을 설치했다. 카페베네도 90% 정도의 매장에 흡연실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커피빈코리아와 엔제리너스커피도 이와 비슷한 수치일 것이라고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설명했다. 매장 내 금연방침을 시행 중인 스타벅스코리아도 전국 372개 매장 중 40여개 매장에 마련된 옥외 테라스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커피전문점은 식품위생법상 공공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실내 매장도 절반 이상의 금연 구역을 설치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금연운동 단체는 커피전문점들이 흡연실을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커피전문점이 한국에 정착하던 시기엔 흡연실 없는 깨끗한 매장으로 홍보하더니 금연정책이 강화되니까 흡연실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하나(31·여)씨는 “만약 흡연실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면 그때도 흡연권을 논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커피향이 강해 담배 냄새가 희석되는 것일 뿐 간접흡연의 노출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들은 커피전문점 내 흡연실 설치가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반박한다. 흡연자 권익 단체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홍성용 사무국장은 “커피전문점 흡연실보다 지하철 승강장에 유해물질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업체에 환·배기 시설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필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윤태현(30)씨는 “점점 흡연자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커피숍처럼 사적인 공간마저 규제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금연정책 확대와 관련한 국민건강증진법 17개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최승욱 김유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