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비상] ‘방사능 냉각수’ 유입… 후쿠시마 근해는 ‘죽음의 바다’

입력 2011-03-28 00:36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앞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원자로 주변 오염은 ‘원전 결사대’의 의지마저 흔들고 있다.

△바다 오염 가속화=후쿠시마 제1원전 배수구의 남쪽 330븖 지점 바닷물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131의 농도는 바닷물 1㏄당 74베크렐(㏃)이다. 기준치의 1850.5배다.

같은 지역에서 지난 22일 방사성 요오드131 수치가 기준치의 126배였던 점과 비교하면 불과 나흘 새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준치의 1250배였던 전날(25일) 조사와 비교해도 50% 가까이 늘어났다. 이 물을 단 0.5ℓ만 마셔도 보통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1년간 접하게 되는 방사선량을 넘게 된다고 27일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문제는 방사성 요오드131보다 세슘134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30년이나 되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본 당국이 줄곧 방사능 오염의 위험과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며 “원자력 규제 당국의 모순적인 정보에 대안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직접 원전 근해 방사능 수치 측정에 나섰다.

△2호기 방사능 누출 심각=앞서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물웅덩이에서 평상시의 1000만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134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호기 원자로 내부의 손상된 연료봉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평가를 요구했다. 도쿄전력은 “물웅덩이 표면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에는 오류가 없지만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 재검사에 들어갔다.

세키무라 나오토(關村直人)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2호기는 격납용기에 연결되는 압력제어장치(서프레션풀)가 손상돼 방사성 물질을 원자로 안에 가둬두는 기능이 훼손됐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양 오염이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30㎞ 떨어진 지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농업 기반마저 붕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바다와 땅, 하늘 모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정작 플루토늄 누출 조사는 안 해=도쿄전력이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3호기의 방사성 물질을 조사하면서 정작 핵폭탄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플루토늄 함유량은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지적했다.

3호기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혼합산화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서멀’ 발전을 하고 있다. 플루토늄은 폐 등에 쌓이면 암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에도 도쿄전력은 플루토늄에 대한 발표를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루토늄 가운데 사용후 핵연료봉에 가장 많이 함유된 것은 알파선을 방출하는 플루토늄239이다. 이는 반감기가 2만4000년이며 핵분열을 쉽게 일으키기 때문에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도쿄전력은 “3호기 인근 토양을 지난 21~22일 채취했다”며 “결과가 나오는 데는 1주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