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北선… “탈북자가 효자”

입력 2011-03-27 19:31


부모를 북한에 두고 온 탈북자들이 과연 불효자일까. 요즘에는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2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탈북자를 둔 가정은 감시와 차별, 심하면 숙청도 당했다. 따라서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탈북자들은 혼자만 잘살겠다고 떠난 불효자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한에서 보내오는 적지 않은 돈 덕택에 상대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린다. 탈북자들은 북한 사회에서 공식적으로는 ‘인간쓰레기’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효자인 셈이다.

남북 경제력 차이와 화폐개혁에 따른 ‘기현상’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 돈은 화폐개혁 후 휴지조각이 된 북한 화폐에 비해 100배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은 상당 부분 브로커 비용이나 북한 당국에 헌납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이 가족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이 소개한 최근 가족 탈북 케이스는 대북 송금이 탈북의 발단이 됐다. 먼저 남한에 정착한 아들이 지원금으로 나온 돈 300만원을 송금했다. 편지도 함께 보냈는데 ‘남한은 겨울에도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온다’ ‘당 간부보다 잘 산다’는 내용이었다. 거액을 받아든 어머니는 남은 가족을 이끌고 탈북을 감행, 태국을 거쳐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단법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이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30세 이상 탈북자 3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설문조사한 결과 250명(71.4%)이 송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빈도는 연 1∼2회(81%), 금액은 회당 100만∼199만원(47.6%)이 가장 많았다. 또 탈북자 송금이 장마당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탈북자 가족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탄압도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다.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2만명을 넘어섰으며, 중국 등 제3국에 체류하는 탈북자 수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