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진 삼성전자-SKT ‘연쇄 충돌’
입력 2011-03-27 22:56
갤럭시S의 독점 판매를 통해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간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갈등 요소들이 SK텔레콤의 애플 아이폰4 출시를 계기로 하나둘씩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와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양사가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스마트폰 출고가와 단말기 보조금 등에 대한 불공정행위 의혹 조사를 벌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지만 출고가 인하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출고가를 내리는 방안을 SK텔레콤 등과 필요시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SK텔레콤은 “출고가는 제조사가 정하는 것이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측은 삼성전자가 출고가를 인하하는 대신 제조사가 지급해온 ‘판매장려금’을 줄이거나 없앨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실제 최종 판매가는 변함이 없으면서 요금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만 높여 자칫 통신사만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결론 날 사항이 아니다”며 “결국 공정위에서 출고가 거품 요인을 명확히 밝혀내야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사이 ‘옴니아’ 문제도 걸려 있다. 삼성전자의 옴니아폰은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출시됐지만 품질 문제로 애물단지로 전락, 보상 요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옴니아폰 사용자에게 삼성전자의 단말기를 재구매하는 조건으로 보상안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이 판매사로서 제안한 프로그램에 삼성전자는 협의를 진행한 것뿐”이라고 밝힌 데 대해 SK텔레콤은 “삼성전자가 마련한 안에 SK텔레콤은 개통 지원만 담당하고 있다”고 반박해 감정의 골만 깊어진 형국이다.
두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면 ‘전자책 콘텐츠 유통’을 둘러싼 신경전은 시한폭탄에 비유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신제품에 전자책 전용 콘텐츠 서비스인 ‘리더스 허브’를 탑재할 계획이다. 문제는 SK텔레콤도 전자책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전자책 전용 플랫폼을 출시하면 삼성전자의 리더스 허브와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동안 전반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자사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졌다면 앞으로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전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