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오바마 ‘리비아 출구전략’ 고심
입력 2011-03-27 19: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가급적 빨리 리비아 ‘수렁’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리비아 군사작전 지휘권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완전히 넘겨주길 원했으나 나토는 비행금지구역 운영만을 맡기로 했다. 리비아 지상군에 대한 압박은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지휘하기로 했다. 군사작전권이 이원화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주쯤 군사작전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려던 오바마 대통령의 리비아 출구전략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비아 군사개입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 “미국이 지구상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모두 개입할 수도, 개입해서도 안 된다”며 지상군 투입이 없을 것임을 못 박았다. 또 작전 책임이 동맹국과 나토에 넘어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막대한 전쟁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또다시 전쟁을 치를 여력이 없다. 이미 국방부는 지중해의 군함 및 잠수함에서 178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해 2억5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고장으로 추락한 F-15 전투기 비용도 5500만 달러에 달한다. 비행금지구역 순찰 비용은 주당 3000만∼1억 달러가 들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비용 부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군사개입의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의원은 분명한 출구 전략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25일)을 가졌으나,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또 조만간 대국민연설 등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도 가질 예정이다. 30일에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의회에서 리비아 군사작전의 구체적 내용과 소요 비용 등에 관해 비공개로 증언할 예정이다. 그만큼 비판적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 리비아 사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리비아 출구전략이 조만간 실행되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비판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