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바로 지금 여기서’ 잘 살아야 한다… 웰다잉, 인생 새롭게 조명
입력 2011-03-27 19:55
“이제 헤어집니다. 나의 형제들이여. 당신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떠나갑니다. 여기에 내 방 열쇠를 반환하고 내 집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합니다. 단지 헤어짐의 순간에 당신들로부터 친절한 말을 듣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동네 사람으로 같이 지내며 여러분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이제 날이 새고 나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고 있던 등불이 꺼졌습니다. 부르심이 왔고 나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에는 음식과 문화 전반에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었지만 최근에는 진정한 웰빙의 완성은 ‘웰다잉’(well-dying) 즉 ‘품위 있는 죽음’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웰다잉 문화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웰빙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부터. 오직 성공을 위해 앞만보고 달려왔던 삶을 지양하고자 탄생된 웰빙문화는 일상적인 삶의 기쁨을 추구하는 생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삶의 질을 중요시했다.
강진구 고신대 교수는 “삶의 질이 추구하는 방향의 최종선상에 건강하게 살다 평안한 임종을 맞는 죽음의 문제가 놓여 있다”며 “웰다잉 문화는 죽음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조명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는 건강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구 사회는 1970년대 들어 죽음 교육을 공론화하고 성 교육과 함께 학교 교육의 영역으로 채택했다. 미국 공립 초·중·고교는 죽음에 관한 책이나 시, 음악 공부를 하고, 장례식장과 묘지를 방문하며, 죽음에 관한 영화나 사진을 감상하고 토론하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독일인 알폰스 다케 신부가 80년 창립한 ‘생과 사를 생각하는 회’가 현재 전국 조직으로 구축돼 있다. 일본 명문 게이오 고등학교의 경우 96년부터 죽음준비 교육을 도입해 학원폭력, 자살, 청소년 탈선, 왕따 등의 문제를 해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웰다잉 문화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91년 창립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통해서다. 이 모임은 그동안 죽음학 공개강좌와 슬픔치유 모임, 공동 추모제 등으로 죽음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사회에 강조해 왔다.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죽음준비 교육 지도자 과정을 개설해 웰다잉 전문 지도자들을 배출했고, 독서모임 ‘메멘토모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9년엔 죽음준비 교육을 폭넓게 펼치기 위해 ‘웰다잉 연극단’을 창단했고, 지난해는 ‘웰다잉 영화제’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죽음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죽음준비 교육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받아야 할 평생교육이라고 말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과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도록 해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과 비행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문화의 현실은 교육 중심, 계몽 중심이므로 좀더 폭넓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을 젊은 연령대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과 종교성을 뛰어넘는 일반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 준비는 죽음을 생각하면서 ‘바로 지금 여기서’ 잘 사는 일이다.
한편 죽음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다른 삶의 시작이며,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란 기독교적 사생관을 전해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다음달 9일 오후 2시 서울 연세대 상경대 강당에서 ‘아름다운 마무리 어떻게 준비할까’란 주제로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를 갖는다. 정진홍 전 서울대 교수, 김영운 한양대 교목실장, 민영진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의 좌담 등으로 진행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