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과학기술委 설립취지 살리기를

입력 2011-03-27 19:36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오늘 출범한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루어진 정부조직 개편으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된 지 3년 만에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의 상설 행정위원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과학계는 지난 정부조직 개편 당시부터 과학기술 분야가 교육행정과 통합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과학기술은 중장기 과제가 많은 반면 교육은 입시 등 화급을 다투는 이슈가 많아 이 둘이 한 부처로 모아질 경우 과학기술 관련 행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국과위는 인문·국방 부문을 제외한 연구사업 가운데 5년 이상 중장기 대형사업, 미래성장동력 창출 사업 등의 결정과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에 대한 조율을 맡는다. 이로써 국과위는 국가 연구·개발(R&D)을 모두 관장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앞으로 국과위는 국가 R&D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관련 예산의 3분의 2 이상을 다루는 등 명실공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컨트롤 타워’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각 부처에 흩어진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투자 우선순위 및 규모를 조율한다면 R&D의 효율도 향상될 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국과위의 예산 조정 및 배분이 실제 운영과정에서 정부 예산 편성권을 갖는 기획재정부와 충돌 없이 조율을 이룰 것인지, 당초 민간 과학인의 지혜를 빌려 국가과학기술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국과위의 설립취지가 지켜질지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설립취지가 퇴색된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국과위의 두 명뿐인 상임위원과 사무처의 수장 자리를 기획재정부, 교육과학부, 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 출신이 차지한 것만 봐도 민간 전문가들의 주장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국과위가 뒤늦게나마 과학계의 주장이 반영돼 탄생했으니만큼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당초의 설립취지를 유념해 옥상옥(屋上屋)의 존재가 아닌 실질적인 역할을 발휘할 수 있기 바란다.